<사람들> 인천해경 `족집게 강사' 백호현 경사

  • 등록 2008.03.06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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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 개설, 섬 주민 96% 조종사 시험 합격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김씨, 자네도 붙었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용케 붙었구먼"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의 작은 섬마을 장봉도. 예상치 못한 희소식에 마을 전체가 술렁였다.
2008년 제1회 소형선박 조종사 면허 시험에 응시한 마을 주민 25명 중 96%인 24명이 합격, 면허를 얻게 된 것.
이 면허는 5t 미만의 어선이나 낚싯배를 운항하는데 필요한 면허로 현재는 관련기관에 신고만 하면 면허 없이도 운항이 가능하지만 2005년 3월 개정된 선박직원법 시행에 따라 오는 10월부터는 반드시 면허가 있어야 배를 운항할 수 있다.
섬 주민들의 합격률이 높다고 해서 만만한 시험은 결코 아니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따르면 평균 합격률은 60% 정도에 불과하다.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한 뒤로는 시험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섬마을 주민들이 이처럼 높은 합격률을 기록한데는 인천해양경찰서 정보계 백호현(45) 경사의 도움이 컸다.
백 경사는 인사발령이 난 지난 1일 전까지만 해도 인천해경서 장봉출장소 소장이었다.
그는 장봉도 어민들이 선박을 운항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지만 필기시험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험에 대비, 작년 12월 하순께 야학을 개설했다.
인천 해사고등학교에서 교재를 구해 간 그는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에서 지원자 20여명을 모아놓고 주 2회씩 2시간을 2개월 동안 강의했다.
`나이 먹어서 무슨 공부냐'며 손사레를 젓던 어민들이라 처음에는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따분해 하기 일쑤였지만 강의에 국한하지 않고 마을 돌아가는 얘기를 섞어가며 강의를 진행하는 박 경사의 강의 방식에 어민들도 점차 열의를 더해갔다.
강의가 있는 날이면 박 경사는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참석을 종용했고 해상법규에 유독 약한 주민들을 위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 위주로 쉽게쉽게 강의를 해 나갔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강의에 참여한 25명 중 24명의 이름이 해양수산연수원 홈페이지의 합격자 명단에 선명히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한 박 경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수업에 참여해 준 주민들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은 공교롭게도 백 경사가 장봉출장소에서 인천해양경찰서 정보계로 정기 인사발령이 났던 날이기도 했다.
백 경사가 6개월간의 짧은 섬 근무를 마치고 경찰서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횟감과 매운탕거리를 준비, 조촐한 술자리를 가지며 합격의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어민 강봉희(49)씨는 "백 소장이 가르쳐 준 내용이 시험 문제에 많이 나와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며 "제도가 바뀌고 난 뒤 단속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제도 변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 어민 대다수가 박 소장에게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경사는 "어민 분들이 바쁜 와중에도 차근차근 시험을 준비한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길지 않은 섬 근무였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iny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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