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출입문에는 `정보통신부'라는 글자를 떼어낸 빈 현판이 걸려 있다. 이 기관의 현주소를 나타낸다.
지난달 29일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면서 법적으로는 예전의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합쳐진 방통위가 출범했지만, 위원장이 공석이어서 IPTV 하위 법률 제정 등 주요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름은 있는데 기능은 전혀 못하니 `유령기관'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옛 방송위원회 직원들의 경우 신분이 민간에서 공무원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채용권자인 방송위원장이 없기 때문에 `무직자' 상태로 방치돼 있다.
방송위 소속이었던 한 관계자는 6일 "직원들이 출근은 하고 있지만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예산 지원이 끊겨 사무실에 생수 공급도 중단된 상태"라며 "연봉, 직급, 보직 등 신분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 불안한 상태로 사무실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주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열어야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후 관련 업무가 중단됐다.
따라서 선정성이나 폭력성 등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들이 걸러지지 않고 여과 없이 방송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또 당장 총선을 앞두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활동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하지만, 이 또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케이블TV 업계 등에서는 새 상품을 내놓거나 이용요금을 변경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이용약관 변경 등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방송통신위가 정상 가동될 때까지 신청을 늦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방송.통신 산업계에 파급력이 큰 IPTV 서비스 개시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
IPTV는 지난해 12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이 제정돼 애초 계획에는 시행규칙,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정 작업이 4월까지 마무리되고 6-7월부터는 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이었다.
IPTV 법에 따르면 옛 방송위와 정통부가 협의해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제정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두 조직이 술렁이면서 직원들이 업무에서 손을 놓은 상태다. 더구나 지금은 직원들이 방통위 소속일 뿐 보직이나 직책이 정해지지 않아 담당자가 없다.
옛 정통부 소속 관계자는 "IPTV 하위법령 제정은 이전의 담당자들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IPTV 하위법 제정은 5-6월로 늦춰질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IPTV 서비스 개시 시기가 6-7월에서 자칫 3분기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시중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는 등 임명이 늦어짐에 따라 방통위는 방통심의위원회 구성 등 직제 정비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하고 4월에나 정상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장 임명후 방송위 직원들이 공무원으로 전환하려면 최소한의 신원조회, 직급전환 기준 마련, 보직심사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
예컨대 3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단 채용자에 대한 국가정보원 신원조회와 중앙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데 20~30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방통위 직원들이 정통부와 방송위 당시부터 조직의 존폐가 걸린 정부조직개편을 앞두고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다시 방통위 출범 이후 위원장 공석에 따른 행정 공백 상태를 맞고 있다"며 "행정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통신업계와 케이블TV 등 산업계는 물론 이용자들에게도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pc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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