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위-지도부 기싸움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부정.비리 전력자의 구체적 배제 기준을 놓고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박재승)와 당 지도부가 정면충돌 양상을 빚으면서 공천기준 마련작업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공심위의 비타협적 `마이웨이' 노선에 대해 당 지도부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제동을 걸면서 양측의 논리가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이다.
공심위는 4일 14시간 이상의 마라톤 회의 끝에 박재승 위원장의 소신대로 부정.비리 전력자에 대해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 당 지도부에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이다.
당규상 공천기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공심위에 있는 만큼 공심위의 결정은 그 자체로 구속력을 갖지만 당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지도부에 공을 넘긴 셈이다. 공심위는 지도부와 최종조율이 이뤄질 때까지 회의 일정을 잠정 중단키로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경철 공심위 간사는 5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많은 국민'이 아닌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 한 가지 예외를 인정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원칙에서 물러서느냐 아니면 원칙을 고수하느냐의 두 가지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도부가 공심위 전체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원칙론을 견지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당을 위해 희생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사법처리된 경우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구제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마지노선으로 내세우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당헌.당규 마련 과정에서 박 위원장이 끝까지 공심위의 100% 독립성을 관철한 점이나 당 간판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점 등을 둘러싸고 잠복해 있던 당 지도부의 불만기류가 이번 파동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공심위와 지도부간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
여기에는 박 위원장 등 공심위의 밀어붙이기식 초강수 행보가 지도부를 코너에 몰아넣고 있다는 불만도 깔려 있어 보인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떠하더라도 공심위의 활동을 당이 지켜줄 것"이라면서도 "99마리 양을 두고 한마리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모습이 법의 정신, 정의구현의 모습으로, 억울한 희생양이 여론몰이에 휩쓸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상천 대표는 "오전 중 결단해야 한다. 더이상 지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심위가 당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손 대표도 "공심위가 끝까지 지도부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제가 대표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사퇴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강경한 입장을 폈다고 한다.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신계륜 사무총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유연하게 현실도 살리면서 국민 기대도 맞출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개인적으로 억울한 마음이 한이 없으며 당으로서도 이미 내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로서는 공심위가 이미 좌표를 설정한 상태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극약처방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여론이 폭넓게 형성된 만큼 당 지도부가 큰 물줄기를 돌리기는 현실적 부담이 큰 처지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의 정치적 유연성 주문이 자칫 원칙의 후퇴로 비칠 수 있는 점이 딜레마"라고 토로했다.
공천기준 확정 지연으로 수도권 등 단수지역에 대한 1차 심사 및 호남 현역 30% 물갈이 명단 발표 등 심사작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시한에 쫓기고 있는 점은 공심위나 당 지도부 양측 모두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중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도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퇴로를 쉽게 찾을 수 없어 결국 국민여론이 최대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당 민생쇄신모임 문병호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이번 공천은 당 내부에서 우리끼리 이해하는 공천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공심위 결정을 전폭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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