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통화정책 한은과 충돌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재경팀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말 취임에 이어 4일 오찬간담회를 통해 서비스수지 적자 개선방안과 공기업 민영화, 환율 정책 주도권 등 각종 정책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강 장관은 개별소비세(옛 특소세) 인하를 추진해 서비스 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공기업은 재벌폐해를 줄이기 위해 경영만 민영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환율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환율정책의 주도권을 갖는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 개별소비세 줄이면 서비스 수지 개선될까
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서비스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소비세 인하를 통해 서비스 수지 개선을 이루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전년보다 16억1천만 달러 늘어난 205억7천만 달러로 이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가 20억3천만 달러 증가한 150억9천만 달러였다.
이렇게 급증하는 여행수지 적자는 이른바 '관광적자'라기보다는 유학,연수경비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한은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강 장관이 이날 대표적 사례로 든 골프장의 경우도 소비세는 1만2천원 정도다. 소비세를 내릴 경우 소비세의 30%씩인 교육세와 농어촌 특별세가 함께 내리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중국, 동남아로의 골프관광 수요를 대거 유턴시킬 만한 획기적 가격인하가 어렵다.
아울러 강 장관이 지적했듯이 수도권은 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있어 인하가 쉽지 않고 제주도는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이미 소비세가 붙지 않는다. 결국 인하대상은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 외 관광.레저산업으로 분류되면서 소비세가 붙는 곳은 경마장(500원),경륜장,(200원), 카지노(5만원), 유흥주점(10%) 등이 있지만 역시 이를 내리거나 폐지하더라도 효과가 거의 없거나 사회통념상 인하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다.
이 때문에 관광.레저산업에 대한 간접세 개편으로 서비스 수지 적자에 기여하려면 실효성 없는 소비세보다는 부가가치세의 경감을 활용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올해 말까지만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을 받는 관광호텔업의 영세율 적용시한을 늘려주거나 여행업종의 부가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은 환율.통화 정부가 챙겨"
새 정부의 성향을 보면 앞으로 적극적으로 통화.환율 정책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현재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통화.환율을 관리하는 한국은행과의 힘겨루기와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은 이날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경우 환율은 재무부에서 직접 행사한다. 중앙은행의 업무는 환율 정책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지만 정부는 더 종합적으로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우리나라도 정부가 환율정책을 맡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자 기획재정부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정부의 강력한 통화.환율 정책 개입 필요성' 주장은 우발적 발언이 아닌 강 장관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취임 직후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도 "1985년 뉴욕에 재무관으로 있으면서 플라자합의를 보고 '환율이라는 것은 경제적 주권을 방어하는 수단이고, 일종의 전쟁이구나. 환율은 시장에 맡기고 하는 그런 사항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22일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5개 나라가 대일 무역 역조에 따른 미국의 심각한 쌍둥이(무역.재정)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데 합의한 것을 가리킨다. 이후 89년까지 달러화 가치는 일본 엔화 대비 50%, 독일 마르크화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이 뿐만 아니라 강 장관은 취임 전인 인수위 시절에도 "한국은행은 민간기구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현재 통화.환율 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98년 한은법 개정 당시 재경원 차관으로서 금융정책의 주도권을 넘기는데 반대, 한국은행과 사사건건 대립했던 전력도 있다.
그의 행적과 발언 등으로 미뤄 강 장관은 정부가 재정.무역수지나 경기, 성장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극 시장에 개입하고, 통화와 환율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새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새 정부의 목표인 6% 이상의 경제 성장을 위해 환율 방어를 통해 원화 절상을 최대한 막고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의 유동성 긴축은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강 장관의 소신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환율과 통화에 대처하는 한국은행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본적으로 원화 절하나 유동성 확대는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경계 대상이기 때문이다.
◇ 공기업, 경영만 민영화(?)
강만수 장관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경영만을 민영화하는 것도 재벌문제를 불거지지 않게 한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서 경영에 대해서는 민간 CEO 영입 등을 통해 독자적인 경영권을 보장하고 정부가 간여하지 않는 등의 방식을 의미한다.
덩치가 크고 수익성이 뛰어난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해 특정 재벌에 소유권을 몰아줄 경우 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의 폐해가 불거질 수 있으므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경제력 집중이라는 폐해는 막을 수 있으면서 민영화를 통한 효율 증대라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미 이런 방안을 검토대상 중 하나로 보고 대표적 사례인 싱가포르의 지주회사 `테마섹'의 사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싱가포르 재무부는 테마섹을 통해 싱가포르파워와 3대 발전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테마섹 방식은 정부가 소유는 하지만 경영은 민간에게 맡기는 것"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도 정부 소유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강 장관도 "공기업 민영화는 하이닉스 방식인지, 포스코 방식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는데 금융위원장이 부임하면 그때 궁극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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