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낙동강에 또 페놀이 유입되다니

  • 등록 2008.03.02 2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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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영남 최대의 상수도 취수원인 낙동강에서 또다시 발생한 페놀 유입 사건은 환경 재앙에 대한 당국과 기업의 인식이 아직도 얼마나 한심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은 2일 오전 5시50분께 경북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낙동강 숭선대교 상류에서 페놀 0.001ppm이 검출된 데 이어 10시20분께 구미시 해평면 문량리 구미광역취수장 취수구에서 기준치인 0.005ppm을 초과하자 취수를 정지시키고 구미시와 칠곡군 일대의 상수도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편안한 일요일을 보내던 주민들이 아연 긴장한 것은 물론이다. 제2의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가 터진 게 아닌가 해서다. 페놀 검출량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오후 3시45분부터 취수가 재개되면서 사건은 5시간여 만에 진정 국면에 들어갔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주민들은 뒷맛이 영 씁쓸했을 게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이번 사건은 전날 새벽에 일어난 김천산업단지 코오롱유화공장 폭발.화재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진압 과정에서 공정재료인 페놀수지와 공장 바닥에 있던 페놀찌꺼기 일부가 소방수에 섞여 하수구를 통해 낙동강으로 흘러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페놀수지 등을 생산하는 코오롱공장 인근을 흐르는 대광천이 감천에 합류한 뒤 구미시 선산읍에서 낙동강과 만나기 때문이다. 페놀이 대광천과 감천을 타고 낙동강에 합류하기 전에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당국 및 코오롱 등이 방제를 서둘렀다면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고 비상 급수에 들어가는 소동까지 빚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초기에 적절히 대응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예고된 사고'였다니 이번 사건 역시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수지, 합성섬유, 살충제, 방부제, 염료, 소독제 등의 원료인 페놀은 상수도 소독제인 염소와 결합하면 클로로페놀로 변해 악취를 띄며 농도가 1㎎/ℓ을 넘으면 중추신경장애와 암 등을 유발한다. 이런 유독 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 대형 사고가 났다면 상수원 오염 가능성부터 점검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이나 기업 모두 두 손 놓고 있었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나마 수자원공사가 1일 오전 9시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주민들은 꼼짝없이 `페놀 물'을 마시는 대형 사고를 칠 뻔했다.



대구 일원의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를 빚었던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입 사고의 악몽은 아직도 많은 국민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낙동강에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과 퍼클로레이트가 검출된 데 이어 또 페놀 유입사고가 터진 것을 보면 환경 재앙에 대한 인식은 별반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당국은 우선 이번 사고의 책임자들을 가려내 엄중 문책해야 한다. 아울러 진짜 재앙이 닥치기 전에 낙동강 주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수질 오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유독 물질의 생산.유통.보관 및 관련 기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고도의 정수시설 확보, 정기적인 수질 점검 및 만약의 사태 발생시의 비상 대응 체제 수립 등이 여기에 포함돼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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