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CH 시행> ⑦ 한국은 화학물질 규제 `후진국'(끝)

  • 등록 2008.02.28 0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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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유럽연합이 REACH로 화학물질 규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 제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그동안 국내에서는 일거리가 별로 없었지만 REACH 같은 해외의 환경 규제가 많아지면서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국내의 한 환경 컨설턴트의 말은 한국의 화학물질 규제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해외의 환경 규제가 국내 수출업체에 영향을 주기 전까지는 기업체에 국내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조언할 `꺼리' 조차 많지 않았을 정도로 규제 수준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국내 REACH 관련 컨설턴트 업계는 준비 초기인 작년 전반기에만 해도 일부 환경 전문 컨설턴트 회사들만 있었지만 작년 말 이후에는 대형 법무법인이나 특허법인, 시험기관 등도 참여하기 시작해 성격도 다양해지고 업계 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신ㆍ구 화학물질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신물질은 유해성(물질 자체가 유해한지 여부) 검사를 거친 뒤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유독물' 혹은 `관찰물질'로 분류된다.
유해성을 심사하는 항목이 적어서 매년 유독물질이나 관찰물질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유독물이나 관찰물질로 분류가 된다고 해도 바로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유해성을 심사하는 항목도 유전독성, 녹는점, 끓는 점 등 기본적인 항목 6개 뿐이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13개 항목에 크게 뒤쳐진다.
유독물 혹은 관찰물질로 분류된 신물질 중 만약 어떤 물질이 건강이나 환경에 위해성(노출 상황에 따라 피해를 주는지 여부)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면 위해성 심사를 실시하게 된다.
만약 위해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때서야 취급제한 물질 혹은 금지물질로 지정돼 `퇴출'된다.
문제는 이렇게 규제의 강도가 느슨하면서도 위해물질 심사의 강도도 그다지 세지 않다는 데 있다.
위해성 심사는 2004년 관련 규정이 개정돼 처음 도입됐는데 이 심사를 통해 화학물질이 `퇴출'된 경우는 전무한 상태다.
만약 신물질이 개발되거나 수입되더라도 눈에 띄는 위해성이 없다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나 완제품의 경우에는 적용할 법률조차 거의 없는 상태여서 한국은 유럽의 경우와 비교하면 화학물질 규제의 `무풍지대'나 다름이 없는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신규물질은 기업체들이 많은 돈을 들여 힘들게 개발하거나 고가에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명확한 위해성이 판단될 경우가 아니면 사용을 금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화학물질에 대한 이 같은 한국의 느슨한 규제는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전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각 주별로 유해물질 규제 정책을 발효했으며, 일본 역시 작년 7월부터 `전기ㆍ전자기기 화학물질 표시방법'(J-MOSS)을 도입했다. 중국 역시 EU의 환경규제인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과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을 그대로 따다가 자국 내에서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외국에 비해 한국의 화학물질 규제 정책은 사실 미비한 게 많다"며 "어떤 물질이 유해성에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신규 물질의 안전성을 실험할 인프라도 넉넉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REACH 등 외국의 화학물질 관리 정책과 맞물리면서 자체적으로 화학물질의 사용과 수입 등을 규제할 정책 마련을 장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환경 규제 강화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국내 규제정책의 강화가 기업들로 하여금 이 같은 흐름에 적응하도록 돕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ACH 대응에 적극적인 핀란드 산업계도 "화학물질 규제 정책을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핀란드 화학산업협회의 한누 보르나모 사무총장은 "`안전한 화학물질'은 전세계적인 화두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화학물질 규제를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더 깨끗한 상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회사 네스테 오일(NESTE OIL)의 세포 로이카넨 이사도 "대응 비용은 많이 들지만 REACH를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는 친환경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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