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의사가 살아날 가망이 없는 다른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미국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다른 환자에게 약물을 과다투여한 혐의로 의사가 기소됐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25살의 청년 루벤 나바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루이스 어비스포의 한 병원에 실려온 것은 2006년 1월 밤.
어려서부터 '로렌조 오일병'으로 불리는 희귀질환을 앓아온 그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나바로의 어머니는 며칠 뒤 이 병원 의사로부터 아들이 회복되기 힘들며 생명 유지장치를 제거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한 장기이식단체로부터 걸려온 전화. 그녀는 아들이 오랫동안 고통 속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장기이식에 동의했다.
문제는 장기적출 과정에서 장기를 빨리 떼어내기 위해 부적절한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는 것.
검찰은 장기이식팀의 외과의 후탄 루즈로크(34)를 의약품 과다투여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란 출신의 루즈로크는 나바로를 빨리 죽게하기 위해 모르핀과 아티반을 과다투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복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국소 소독제 베타딘을 사용했다는 게 검찰측 주장이다.
나바로의 장기는 그러나 너무 많이 손상돼 다른 환자에게 이식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즈로크의 변호사는 "루즈로크는 나바로의 생명에 악영향을 미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가뜩이나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수요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장기 기증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국에서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죽는 환자가 하루 18명에 이른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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