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코리아>(16)"중소기업 이래야 살아난다"

  • 등록 2008.02.26 06:31:00
크게보기

공장용지.자금확보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



(화성.안산.대구=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1월 29일 경기도 화성시청 앞. 중소기업체 근로자 60여 명이 택지지구로 수용될 공장의 대체 부지를 요구하면서 피켓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일화모직공업㈜의 아웃소싱 업체인 ㈜C&E토틀택스, 원다이텍㈜, 진우모직 소속 근로자들이다. 집회에 나오지 않은 근로자들까지 합쳐 170여 명이 이들 3개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중소업체는 건설교통부가 추진하는 화성시 봉담2택지지구에 포함돼 내년까지 공장을 비워줘야 한다.

물론 대한주택공사와 화성시는 오는 9월 보상협의가 시작되면 이전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업체는 입지를 규제받는 공해업종인데다 주변 땅값도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이전부지를 확보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

◇ 찾기 어려운 공장용지 = 시화공단 내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 및 금속표면 가공 기계 제조업체인 ㈜DCM의 이재서 사장은 요즘 치솟는 공장용지 가격 때문에 고민이 많다.

"시설을 늘려야 하는데 시화.반월공단과 인천 남동공단의 공장용지 가격이 6∼7년 전에 비해 10배 가까이 올라 땅을 매입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 사장의 지적으로 알수 있듯이 장치산업에 속하는 업종의 경우 1∼2년마다 임대료를 협상해야 하는 임대공장을 가지고는 선뜻 설비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 사장은 "수도권 중소기업의 70% 가량이 임대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저가로 공장용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을 시급하게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산업용지난은 비수도권 지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 창원공단 내 휴대전화 외장부품 제조업체인 ㈜지비엠은 지난해 시설 현대화와 공장 증설을 위해 4천㎡ 정도의 부지를 매입하려 했지만 땅값이 3.3㎡ 당 350만∼400만원으로 너무 비싸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인사.총무팀의 성봉기 부장은 "그 가격으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공장을 아예 대구 쪽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창원에 연고를 두고 있는 이 회사 근로자 500여명 중 상당수가 직장을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 정책자금은 '그림의 떡' = 중소기업들의 자금난도 심각하다.

지표상으로는 국내 경제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한파가 몰아쳤던 1990년대 말에 비해 자금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한다.

경북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배 조사부장은 "정부가 중소기업에 각종 정책자금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결국 판단은 은행이 한다"면서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담보 여력이 부족해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끌어다 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의 박영운 기업진흥과장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담보력과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엔 정부의 운전자금은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박 과장은 "당장 1억원이 필요한데 2천만∼3천만원만 손에 쥐어진다면 자금 지원의 효용가치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월공단 내 전자제품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엑큐리스의 현실은 중소기업이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이 회사는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값싼 중국 제품이 유입되면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부가가치가 높은 특화상품의 개발이 절실해 졌다.

이 회사 김형근 부사장은 "R&D 투자에 필요한 정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정부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투자를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정부가 성장동력 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달려 기초소재 등 연관 산업을 등한히 하고 있다"며 균형있는 지원을 아쉬워 했다.

◇ `생색내기식 지원'으론 안돼 =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돕는다는 취지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벌이고 있는 해외전시회나 박람회 참가 사업이 `생색내기'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부스임차료, 장치비, 통역비 등으로 업체당 고작 몇백만원을 지원하면서 기업 관계자들보다도 많은 공무원들이 따라 나가 관광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유럽지역 시장개척단에 참가했던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공무원들에게 술값을 뜯긴 기업 대표도 있었다"며 "규제 전봇대보다 더 시급히 뽑아내야 할 것은 관행적인 부조리와 비효율"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기업을 경영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정책과 현장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의 노성호 원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약자"라면서 "정부가 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모델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의 강영태 본부장은 고사 위기에 몰려있는 지방의 중소 유통.재래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처방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중소 도시까지 파고 든 대형 할인매장에 대한 입지 규제를 처방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전남 여수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은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거나 확장할 때 기반시설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탄력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공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기업에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창원대 이춘만(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자 브랜드를 가진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대기업의 불공정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금을 수도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지방에도 골고루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구시 기업지원본부 관계자는 "대구시가 지난해 중소기업에 지원한 전체 자금이 2천억원선에 불과했던 반면 경기도는 창업 및 경쟁력 강화 자금만 3천억원 가량을 집행했다"며 "말로만 국토균형발전을 외칠 게 아니라 적절하게 자금을 배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jeansap@yna.co.kr

blog.yonhapnews.co.kr/jeansap

(끝)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주)인싸잇

법인명 : (주)인싸잇 | 제호 : 인싸잇 | 등록번호 : 서울,아02558 | 등록일 : 2013-03-27 | 대표이사 : 윤원경 | 발행인 : 윤원경 | 편집국장 : 한민철 | 법률고문 : 박준우 변호사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33길 9, 1층 | 대표전화 : 02-6959-7780, Fax) 02-6959-7781 | 이메일 : insiit@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