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대통령 취임식 어떻게 하나> - 미국

  • 등록 2008.02.21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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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화려하고 장엄하게 펼쳐진다.

취임 며칠전부터 불꽃놀이 등 각종 축하행사들이 잇따른뒤 취임식 당일엔 대통령이 워싱턴 시내 성 요한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하고, 의사당으로 이동해 취임 선서와 연설을 한뒤 펜실베이니아가를 행진해 백악관에 입성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당일 첫 공식 일정은 오전 9시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성 요한 교회 예배이다.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본 이후 관례화됐다.

이어 이.취임 대통령이 미 의사당 서편 정문에 마련된 취임식장에 나란히 도착하는 것으로 취임식이 시작된다. 1800년대 이.취임 대통령이 함께 마차를 타고 취임식장에 도착한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취임식장에는 미국 정부의 3부 요인과 세계 각국 축하사절, 취재진, 일반 시민 등 수 천 명이 참석하며 워싱턴 일대에 몰려드는 축하 인파는 보통 수 십 만 명에 달한다.

취임식의 하일라이트는 정오에 이뤄지는 취임선서와 뒤이은 취임 연설.

새 대통령은 왼손을 성서에 얹고 오른손을 들어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보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고 맹세한다. 선서 끝에는 '신이여 굽어 도우소서(So help me God)'라고 기원하는게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이후의 관례로 굳어졌다.

다음으로 새 대통령이 4년간 펼쳐갈 국정의 청사진을 밝히고, 국민의 단결과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는 것으로 취임식은 절정에 오른다. 초대 워싱턴 대통령은 135개 단어의 아주 짧은 연설을 한 것으로 유명하고,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은 2005년 취임 때 17분간 연설했다.

취임식이 끝나면 대통령은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 등과 축하 오찬을 함께 한 뒤, 오후 2시께부터 의사당에서 펜실베이니아를 거쳐 백악관에 입성한다.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의 약 2.7㎞ 구간에서 펼쳐지는 대통령의 퍼레이드는 취임식의 가장 큰 볼거리로 꼽힌다.

2005년 부시 취임식 퍼레이드에는 군과 각급 학교 행진 밴드 등 1만1천명이 참가했으며 각종 장식 차량, 기구(氣球), 말 등이 선보였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가로에는 50만명이 운집했으며, 특별 설치된 관람석은 15달러, 60달러, 1백25달러씩의 요금을 받고 판매했다.

백악관에 도착한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앉아 전임 대통령이 남긴 자필 편지를 읽고 공식 문서들에 서명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개시한다. 퇴임 대통령은 보통 의사당에서 워싱턴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로 이동해 낙향함으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취임식 저녁에는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워싱턴 시내 곳곳에서 축하 무도회가 펼쳐지며 대통령 부부는 미국 전역의 주별로 마련된 무도회장에 잠깐씩 들러 인사를 한다. 춤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부시 대통령도 워싱턴 컨벤션센터 내 5곳과 유니언 스테이션 등 9곳에서 열린 무도회에 일일이 참석, 로라 여사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취임식 다음날 새 대통령은 워싱턴 대성당에서 국가조찬기도회를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집무를 개시한다.

이처럼 화려한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경비만 수 천만 달러(수 백 억원)가 들어가지만, 자본주의 국가의 본산답게 국가예산이 아니라 각종 기부금과 티켓 판매 등으로 재원을 충당한다.

취임식은 삼엄한 경비 속에 펼쳐지며, 이라크 전쟁의 와중에 열린 2005년 부시 취임식은 특히 물샐틈없는 경계 속에 치러졌다.

수많은 병력과 비밀 경호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위험 요인들을 일일이 체크했고, 워싱턴 일대 하늘은 비행이 일체 금지됐다. 포토맥강에는 경비함이 순찰근무에 나섰고 취임식 행사장 먼 하늘에는 전투기가 초계비행을 계속했다. 지상 곳곳에는 다목적 특수차량 험비에 장착된 스팅어 미사일이 배치되는 등 미국 대통령 취임식 사상 가장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삼엄한 경비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불청객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엔 반전주의자들이 길이 8m 짜리 거대한 쥐를 등장시켜 '반 닉슨' 시위를 벌였고 부시 취임 때는 이라크전 미군 희생자를 상징하는 1천개의 관이 등장하는 '반 부시' 행렬이 펼쳐졌다. 경비당국도 이들을 무력저지하기 보다는 곳곳에 시위 구역을 지정해 평화 시위를 유도하는데 주력한다.

4년 마다 신임 대통령과 국민들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반대자들의 목소리도 배제하지 않고 참여할 자리를 내주는 셈이다.

lk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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