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병원 이용 안됐나' `바로 복귀해야 했나'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뇌출혈 증세를 보이는 병사의 생명을 지키고자 응급 이송에 나선 육군 장병 7명이 20일 불의의 헬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육군 204항공대대 소속 UH-1H 헬기가 칠흑같이 어두운 이날 자정이 넘어 환자를 이송하고 복귀하다 추락했다는 점에서 차량 등으로 인근 민간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었는 지, 늦은 시간에 환자를 이송한 뒤 꼭 부대로 복귀해야 했는 지 등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 사건 개요 = 육군 3군단 2전차대대 소속 윤모(22) 상병은 지난 19일 오후 8시56분께 군통합막사 2층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던 중 머리 왼쪽 부분을 수도꼭지에 부딪혔다.
어지럼증을 호소한 윤 상병은 인근 민간병원에서 컴퓨터단층(CT)촬영을 받은 뒤 군단급 군 병원인 국군철정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자 상급 병원인 경기도 성남의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윤 상병을 이송하기 위해 인근 홍천기지에 있던 육군 204항공대대 소속 UH-1H 헬기 1대가 19일 오후 11시55분께 홍천기지를 이륙해 15분 만인 20일 새벽 0시10분께 철정병원에 도착, 윤 상병과 당직 군의관 등을 태우고 이날 새벽 0시40분께 수도병원에 도착했다.
헬기는 윤 상병을 수도병원에 무사히 내린 뒤 15분 만인 새벽 0시55분 이륙했고 철정병원을 경유해 홍천기지로 복귀하려던 헬기는 오전 1시9분께 "광탄비행장을 지나고 있다"는 교신을 마지막으로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사고 헬기는 오전 3시52분께 경기도 양평 용문산 9부능선(해발 1천m)에서 조종석 부분이 처박힌 채 두 동강이 난 상태로 발견됐다.
사고 당시 헬기에는 204 항공대대 소속의 신기용(조종사.44) 준위, 황갑주(부조종사.35) 준위, 최낙경(승무원.22) 상병, 이세인(승무원.21) 일병과 철정병원 소속의 정재훈(군의관.33) 대위, 선효선(간호장교.28) 대위, 김범진(의무병.22) 상병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 아쉬움 남기는 대목 = 우선 사고가 칠흑같이 어두운 한밤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윤 상병을 차량을 이용해 원주 등 인근 도시의 민간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었는 지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군단급 병원에서 치료 및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환자수용능력이 초과될 경우 군 종합병원이라할 수 있는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기본 관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운송 수단이 없는 등 사정이 급할 경우 인근 민간병원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철정병원은 인제와 홍천 가운데 부근에 있어 인근에 적당한 민간병원도 없었고 인근 홍천기지에 대기중인 헬기가 있었다"며 "특별한 기상 악화에 대한 사전 예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철정병원의 당직 군의관이었던 정 대위 등은 윤 상병이 뇌출혈 증세를 보이는 등 수술이 급박한 상황에서 군의 기본적 관례에 따라 인근 항공부대에 협조를 구해 윤 상병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한 뒤 변을 당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 대위 등이 수도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하룻밤을 묵은 뒤 돌아갈 수도 있지 않았냐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게다가 사고 발생 시각은 현재 새벽 1시10분께로, 당시 사고 지역에는 용문산 정상 부분의 운무로 인해 국지적으로 기상이 악화됐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육군은 전하고 있다. 사고 지점인 양평 용문산 일대는 평소에도 헬기 조종사들이 비행을 꺼리는 험한 지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육군 관계자는 "정 대위와 선 대위, 김 상병 등은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부대로 복귀하려 했을 것"이라며 "신 준위 등 204항공대대의 장병들도 부대가 혹한기 훈련 중이었기 때문에 임무를 마치고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204항공대대는 홍천기지 인근에서 혹한기 훈련 중이었다. 홍천기지에서 비상 대기하다가 응급환자 긴급 이송지원 요청을 받고 야간비행에 나선 신 준위와 황 준위, 최 상병, 이 상병 등은 임무를 완수한 뒤 당직 근무 중인 정 대위 등을 철전병원에 내려주고 훈련에 복귀하려다 변을 당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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