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코리아>(3)美 경제위기에서 얻는 교훈

  • 등록 2008.02.19 0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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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위험관리.감독이 서브프라임사태 촉발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이에 따른 신용경색이 경제 전분야로 파급되면서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하반기 회복세를 전망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관련 채권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이 안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암울한 미국의 경제상황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이에 따른 신용경색에서 촉발된 것이라면 그 근저에는 금융기관들의 취약한 위험관리와 부실한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미 경제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등에 거품을 만들어왔으며 금융권은 거품이 낀 부동산으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고수익에 동반되는 위험을 등한시하다 결국 지난 1990년대 말 우리의 IMF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미국의 금융불안이 아직 끝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이번 위기는 경제정책에 있어 과잉유동성과 위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기하강국면에 직면한 미 경제 =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이 경기하강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다수의견이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 공개된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조사 결과를 인용해 "월스트리트 실물경제학자들의 전망이 '올해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성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47%로 나왔다면서 이 조사가 시작된 지난 1968년 이후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올해 미국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도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크게 밑돈 0.6%에 그치면서 2002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올해 2분기까지는 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미 경제가 마이너스 0.4%와 마이너스 0.5%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도 2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가 1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38년만에 최악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하고 서비스업 경기도 5년만에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비와 고용에 이르기까지 암울한 경제지표들도 쌓이고 있다.

또한 대다수 분석가들은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기관의 모기지 대출기준도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어 주택시장 침체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해지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내리는 등 금리 인하 방식을 공격적으로 전환하고 행정부도 1천68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등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이 올해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기 사이클을 분석하는 권위 있는 민간기구인 전미경제조사국(NBER) 의장인 마틴 펠트슈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부양책이 경기둔화 정도를 완화하기에 충분할 것이냐는 점도 확신할 수 없다"면서 "금융시장 신용에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지난달 31일부터 5일간 52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제시한 경기침체 가능성의 평균치가 49%를 기록, 지난번 조사 때의 40%에 비해 9%포인트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조사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23%에 불과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침체를 점치는 전망이 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한 경기침체가 실제로 일어나면 지난 두번의 경기침체 때보다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대답도 39%에 달했다고 전해 월가에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상존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2008년 경제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에 있어 단기적인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경기부양책과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성장세를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하겠지만 2009년과 2010년에는 3%에 달할 것이란 기존 전망치를 고수하면서 미국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일각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해 1,2분기에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 역시 3분기부터는 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조심스럽지만 경기연착륙과 증시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 미 경제위기의 원인과 교훈 = 2001년 이후 국제사회는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부동산과 주식에 거품을 만들어왔으며 월스트리트는 활황세를 보이는 부동산을 토대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기록적인 수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기록적인 수익 이면에는 투기적인 거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당국의 감독도 바뀐 금융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예고된 파국을 맞이했다.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기관의 단기조달 자금 금리상승과 집값 하락을 부추기며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야기했으며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담보로 한 채권을 이용한 투기성 거래에 나섰던 금융기관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 논란이 일면서 부실채권으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지만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가 혼란의 불씨를 부채질한 꼴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부실이 규모 파악이 안된다. 금융공학이 발전해서 사방에 다 관련 상품을 팔아놔서 이로 인한 손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규모를 알면 대강 경제 둔화가 어느 정도 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지금은 완전히 지뢰밭이다. 이게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그게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의 금융위기는 과열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대출 확대와 투기적 자본의 행태, 금융 감독의 부실이 얼마나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금융권의 문제가 소비와 투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 속에서 금융기관들이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문제가 야기하는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위기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면서 과잉유동성의 폐해와 금융감독의 중요성, 증권화(securitization) 확산의 위험이 미국 금융위기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서브프라임모기지와 같은 사태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자산유동화에 따르는 위험의 종류와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금융고도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에서 유동성 관리와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에 대한 감독,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위험관리 필요성에 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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