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정치권의 정부 조직개편안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비상조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 조직개편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현행 직제의 테두리내에서 새 정부 조직개편의 내용을 살려내는 `절충형 조각'을 단행한 것이다.
통폐합 대상인 4개 부처를 뺀 13개 부처 장관과 2개 특임 장관을 현행 직제대로 임명하고 추후 조직개편안 통과 후 부처와 장관 이름을 바꿔 재임명하는 방식이다.
이 당선인이 이 같은 조각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무엇보다 더이상 정치권의 협상을 기다릴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마냥 정치권의 `줄다리기' 협상을 지켜보며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 시점까지 오고 말았다"며 "더이상 미룰 경우 엄청난 국정혼란과 공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새정부 출범에 맞춰 새 국무회의를 여는 자체도 불가능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측이 이날 조각명단을 발표한 직후 곧바로 장관 내정자들과 서둘러 워크숍을 갖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초 `장관을 정하지 않고 국무위원 15명만을 임명하는 안'을 검토했다가 접은 것은 편법.위법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직개편의 근거법률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조직개편안에 터잡아 국무위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정부조직법을 만든 기본취지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일각에서 제기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장관을 임명하는 안은 현행 직제 내에서 `부분조각'이 이뤄지는 형식이어서 조직개편의 의미가 퇴색되는데다 새 정부 출범의 `쇄신효과'를 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회가 조직개편안 처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게 이 당선인측의 설명이다.
이 당선인의 이번 조각카드는 어떤 식으로든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정치권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고강도 압박의 의미도 여전히 담겨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차피 새 정부 출범 전 `정상조각' 구성이 어려워진 상황이더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정부 조직개편안을 처리하는 것이 국정공백을 줄이는 길이라는 게 이 당선인의 판단이다. 이 당선인은 인사말에서 "여야가 다시 정부 조직법과 관련한 협상을 시작해 취임 이전이라도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을 드린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치권이 계속 현 상태대로 평행선을 이어갈 경우 조직개편안이 2월 임시국회내 처리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자칫 4월 총선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이 당선인측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조각명단을 국민 앞에 공개함으로써 정치권이 조속히 협상을 매듭짓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당선인이 통일분야와 정무분야의 특임장관을 임명한 대목은 향후 협상 방향과 관련해 주목된다. 이는 통합민주당측과의 협상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통일부와 여성부의 형태로 되살려낼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조각카드를 둘러싼 국회와 원내 상황이다. 이 당선인측이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조각을 단행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예비야당'이 반발한 명분과 동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총선정국의 주요 소재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청문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당장 통합민주당 내에서는 "편법조각에 들러리 설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심의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 20일부터 시작되는 총리 임명 청문 절차에도 불똥이 튈 개연성도 있다.
여기에 인사청문회의 상임위 소관도 문제될 소지가 있다. 일례로 교육과학부의 경우 교육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맡을 지가 논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정부조직 개편 무산에 대한 책임론이 오는 4.9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총선 전까지도 정상적인 조각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 당선인은 총선 후 6월 국회에서 조직개편안을 처리한 뒤 조각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당선인측은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여론의 환경이 우호적이라는 점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다. 막상 인상청문 절차가 진행되면 통합민주당측이 계속 반발세를 이어가기 어렵고 협상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비치고 있다.
이 당선인측의 핵심 관계자는 "통합민주당과의 협상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여론이 우리 편이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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