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코리아>(1)한국 경제의 현주소

  • 등록 2008.02.17 0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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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체력 부실에 기업경쟁력도 추락



<※편집자 주: 선진 강국으로의 도약이냐 추락이냐. 이달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 5년은 대한민국의 진퇴를 결정하는 역사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가 처한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냉전 종식 이후 달러로 세계 정치 경제 질서를 지배해온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쇠퇴 조짐을 보이고 중국과 인도 등이 신흥 경제대국으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자원을 무기화한 러시아와 중동은 오일달러를 뿌리며 갈수록 발언권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성장 동력이 될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못하고 있고, 정치는 이합집산과 정파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으며, 국보 1호 숭례문의 방화 소실에서 보듯 사회.문화적 수준도 천박함을 벗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품격을 높이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방책이 무엇인지를 찾는 특집을 마련했다. 경제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병통을 짚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다. 특히 국내 최고 수준의 해외 취재망을 가동해 선진 각국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고 있는 지를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신호경 기자=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심각한 내장 질환에 시달리면서 탈진하고 있는 환자'. 인정하기 싫은 우리 경제의 자화상이다.

한국경제는 6.25 동란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과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으로 돌파했지만 이후 성장과 분배 갈등, 후진 정치, 강성 노조, 카드대란, 거미줄 규제, 기업의 투자회피, 부동산 투기 광풍 등으로 체력을 소진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못하고 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후발 개도국은 무섭게 추격하고 있고 기술과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우리가 끼어들 틈을 주지않고 있다. 말 그대로 샌드위치 신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 물가를 자극해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작년에 발생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세계 경제를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 세계경제 황금시대 종료

미국경제가 흔들려도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건재하다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경제는 점점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배리 보스워스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 경제성장 둔화를 겪게 되면 중국의 성장도 어려움에 직면한다"면서 "중국은 큰 수입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성장을 떠받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0.3% 포인트 낮은 4.1%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성장률은 작년 2.2%에서 올해 1.5%로, 유로지역은 2.6%에서 1.6%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릴린치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8%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골드만삭스는 미 경제가 2.4분기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함께 세계경기의 주요 엔진인 중국 경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1월에만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16.7%나 급락하면서 중국경제는 더 이상 미국경기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지난 2003년 이후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으로 진행됐던 세계경제의 호황이 당초 예상에 비해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런 경기 상황에 금리 인하 등 단기적 부양책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경제 시스템 자체를 거의 혁명적인 수준으로 뜯어고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특히 '성장 지향'과 '효율성 우선'의 슬로건을 전면에 내거는 추세가 뚜렷하다.

프랑스는 작년 5월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이후 교통.에너지 등 공기업 근로자의 특별연금 혜택을 민간부문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하고 퇴직 공무원 3분의 1을 충원하지 않는 등 공공부문.정부조직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가전략 어젠다 2010'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소득세율 인하, 지속성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개혁, 관료주의적 규제 철폐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은 경제 활성화와 효율성, 투자 유치 등의 측면에서 규제 완화와 철폐에 집중하고 있다. 70년대 어촌에서 20년만에 `중동의 뉴욕'으로 변신한 두바이는 17개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모든 기업이 법인세와 관세 뿐 아니라 소득세까지 면제받는다. 외환 규제도 없을 뿐 아니라 외국기업들도 현지 파트너 없이 100% 지분을 보유할 수 있어 경영권 걱정도 없다.

투자와 성장을 위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독일은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실효세율을 현행 38.9%에서 2008년까지 29.8%로 인하할 예정이고, 프랑스도 현재 34.4%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5년내 2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는 2003년 이후 20%였던 법인세율을 올해 18%로 낮췄다.



◇ 한국 기초체력 부실에 발목

우리 경제는 작년 하반기 모처럼 내수와 투자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수출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으나 올 들어 대내외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경기 회복의 온기를 느끼기도 전에 매서운 한파를 맞는 모습이다.

기초체력도 허약하기 짝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6∼2010년 4.9%에서 2011∼2020년 4.3%로 떨어지고 2021∼2030년 2.8%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2∼3년내에 잠재성장률을 5∼6%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가 이렇게 부실한 이유는 잠재성장률의 3대 구성요소인 자본.노동.생산성 모두가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와세다대학의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교수는 "한국경제는 그동안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전반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제리 쉬프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과장은 "한국의 인구가 고령화되고 노동력도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장률 상승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971∼1980년 19.6% ▲1981∼1990년 12.1% ▲1991∼2000년 6% ▲2001∼2006년 2.2% 등으로 급감했다. 아울러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로 추락하고 고령화 진전과 함께 노동력도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2위 정도로 미국의 절반, 일본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우리경제가 지난 10년 사이에 여러가지 면에서 너무 늙었다"며 "앞으로 당장 성장률을 올리는 것보다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등 경제를 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합리적인 정책 경쟁보다 정파 싸움에 몰두하면서 국민들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있다. 한국의 노사분규는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는 결정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은 "무엇보다도 정치, 노사 등 국가의 모든 부문에서 대립관계가 아닌 협력관계가 유지돼 국가의 에너지가 뭉쳐야 하는데, 이런 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기업 경쟁력 계속 추락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미국 컨설팅사 '부즈앨런 & 해밀턴'은 "한국이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으로부터 협공을 받아 마치 넛크래커 속에 낀 호두가 됐다"고 진단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는 해결되기는 커녕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주요 선진국은 멀찍이 앞서 달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작년말 보고서에 따르면 874개 세계 핵심산업기술 가운데 한국이 보유한 것은 겨우 9개,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각각 488개(56%), 281개(32%)인 미국, 일본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우리 업계가 '시장점유율 세계 1위'라고 자랑하는 액정디스플레이(LCD)도 60% 이상을 외국 기술 및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산'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반면, 중국의 백색가전은 이미 세계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휴대전화와 DVD 등 비교적 첨단 제품 시장에서도 15~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경쟁력 추락은 중소기업만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전자.현대차.POSCO.현대중공업 등 5개 국내 대표기업과 인텔.노키아.도요타.신일본제철.지멘스 등 글로벌 대표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우리 업체들은 최근 성장성과 수익성 등의 측면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다. 2002~2003년 13.8%였던 우리 기업들의 매출성장률은 2005~2006년 8.4%로 크게 떨어진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8.6%에서 9.4%로 오히려 높아졌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기술개발을 비롯한 경제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업적을 이뤄낸 기업과 인물들을 국가와 사회가 우대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것도 기업 경쟁력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에 해당된다"면서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런 `국민적 인센티브 문화'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기업경쟁력에 마이너스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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