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획기적인 규제의 완화를 통한 기업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외쳐온 '재계의 대변자'가 새 정부의 기업 및 산업정책 책임자로 발탁됐다.
이윤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의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 소식이 알려진 14일 재계는 "새 정부가 내세우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더없이 어울리는 적임자"라면서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기존 산업자원부에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업무 일부를 통합해 출범하게 될 지식경제부는 명실상부한 실물경제 총괄 지원부처로서 규제완화와 신성장동력 창출, 경쟁력 강화 등 기업 현안의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온 만큼 그 수장이 누가 될 것인지가 재계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인사'= 공직과 학계, 재계를 두루 거친 이 부회장의 이력과 능력, 그에 대한 이 당선인과 새 정부측의 신뢰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이 새 정부에 장관으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 재계 인사들은 많지 않았다.
전경련은 어디까지나 대기업, 그것도 재벌그룹 오너가 중심이 된 이익단체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영계와 노동계를 두루 아울러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전경련 출신을 바로 정부 부처의 책임자로 영입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때문에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조건호 전(前) 전경련 상근부회장이나 동력자원부 장관을 지낸 최창락 전 부회장처럼 정부 고위직에 있다 전경련 부회장으로 이동한 경우는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없었다.
전경련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의 장관 발탁에 관해 전혀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으며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서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출신대학(연세대)이나 출신지역(충남) 등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짐작이 있을 뿐 그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데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알고 해결책에 관해서도 가장 깊이 연구해온 재계측 인사를 산업정책의 책임자로 임명함으로써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재계는 '환영' 일색의 분위기 =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앞장서 왔던 이 회장이 이를 해결하는 정부부처의 책임자가 된 데 대해 누구보다도 환영하는 측은 기업인들이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새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최고의 적임자"라고 이 부회장을 평가하면서 "무엇보다 기업을 잘 알고 경험이 많은 분이기 때문에 기업관련 정책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특히 이 부회장이 행정고시 합격후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한 공직 경험과 LG경제연구원장 등의 학계 경험, 전경련 부회장으로서 재계 경험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어 실질적이고 균형잡힌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오용 SK그룹 부사장은 "이 부회장의 발탁은 '대기업이 잘되는 것이 곧 나라가 잘 되는 것'이라는 당선인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권 부사장은 "정책에 관해 주로 논평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집행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 개인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방면에 걸쳐 경험을 쌓은, 능력있는 분이니 잘 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으로서 윤리.준법경영과 사회공헌도 강조했다는 점에서 마냥 대기업친화적인 정책으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재벌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 부회장인만큼 기업의 잘못을 시정하고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있어서도 예리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예상되는 역점 시책= 이 부회장은 장관 내정 사실이 알려진 뒤 이에 관한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며 언론과의 접촉조차 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그간 행적을 감안할 때 가장 역점을 둘 시책은 규제완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LG경제연구원장 재직시부터 "경제회복을 위한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기업규제 완화"라거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등 투자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으로서 6천여개의 규제를 전수조사해 해결방안을 제시한 규제개혁추진단 활동도 주도했다. 그 결과로 작성된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는 인수위의 부처별 업무 파악과 새 정부의 정책방향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또 신성장동력의 발굴이나 성장잠재력의 확충 등 우리경제의 미래에 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을 기울여 왔다. 이를 위해 전경련에 미래산업위원회와 신성장동력포럼을 만들고 전경련 사무국에도 미래산업팀을 신설했다.
LG경제연구원 시절에도 '미래의 먹을거리' 개발을 연구할 미래연구팀을 신설하는 등 신산업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이 부회장은 정부의 '10대 신성장산업' 선정에도 핵심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위해 개척해야 할 미래산업에 관해서는 이 부회장이 장관이 된 이후에도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면서 "더욱이 정통부와 과학기술부 업무까지 흡수한 지식경제부는 부처간 관할 다툼에 관한 걱정없이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신성장동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지속적으로 하강하고 있는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 왔다.
이 부회장은 이밖에도 기업이 사회공헌과 윤리경영을 위해서도 힘써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전경련의 적극적인 역할도 사무국에 주문해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대선이 끝난 직후 낸 개인 논평을 통해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가 많이 일어나도록 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새 정부에 주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는 △시장경제의 원칙 존중과 법치주의 준수 △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육성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 규제완화나 FTA 등을 적극 활용한 경제체질 개선과 경제수준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제 그는 자신이 내놓은 '조언'을 실천해야 할 위치가 됐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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