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의 위기 "은행 지원 있었다면.."

  • 등록 2006.12.13 07: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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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대출 축소가 어려움 가중..회생가능성 관련해서도 주목]

유동성 위기를 겪던 '벤처 신화' 팬택계열에 대한 워크아웃이 추진되면서 은행의 여신 관행을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팬택계열의 위기는 실적 부진 외에 앞다퉈 여신을 줄임으로써 경영 악화를 부채질한 은행들의 여신 회수 관행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택계열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한도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지난해 말 현재 8000억원 수준이던 여신한도는 6월말에 6500억원으로 1500억원 가량 줄었다. 지난해 적자에 이어 올해 2/4분기 다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설이 불거진 영향이었다. 팬택계열의 금융권 여신은 수출을 위한 물품 구매와 수출 대금 인수시까지의 운영자금을 위한 여신이 대부분이다. 영업에 직결되는 여신이 줄어들자 팬택계열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버텨나갔다.

팬택이 3/4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대 적자와 지난 7월 발생한 중견 휴대폰업체 VK의 부도 소식은 금융기관들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그나마 줄어든 여신한도도 모두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 9월말 현재 금융권 여신한도는 6100억원 가량으로 400억원 줄었지만 실제 여신 잔액은 4000억원 가량에 불과했다. 한도 내에서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 자금이 2000억원을 넘었다.

납품사들은 부실위험이 높아진 CP 보다는 현금을 요구했다. CP 발행도 사실상 중단된 팬택계열은 별다른 자금 조달 없이 3/4분기 동안에만 여신 400억원, CP 1600억원 등 총 2000억원 가량을 상환해야 했다.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10, 11월 들어서는 일부 은행의 경우 여신을 아예 차단했다. 지난 9월말 팬택앤큐리텔이 세계 최대 휴대폰 유통사 중 하나인 유티스타컴과 3년간 최소 3000만대 규모의 대규모 휴대폰 공급 계약을 맺고, 북미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싱귤러쪽에 단말기를 납부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은행들을 돌려세우지 못했다. 중남미, 일본의 시장 호조와 슬림형 모델의 호조에 따른 '스카이 브랜드'의 약진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팬택계열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일부 은행에 여신 지원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 은행들도 다른 은행들이 모두 여신을 털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모두 안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채권단이 함께 리스크를 짊어지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워크아웃 카드였다.

금융권에서는 팬택계열에 대한 은행들의 여신 축소와 관련해 리스크 관리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VK 부도 등의 여파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은행들이 VK 부도 때 늦게까지 여신을 줄이지 않았다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이런 소극성이 더욱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팬택계열에 대한 여신 축소에 적극적이었던 은행들이 VK 부도 때 여신이 많았던 일부 국책은행들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부도가 발생하면 무조건 부실규모만 보고 잘잘못을 묻는 관행이 있는 한 기업금융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실적 변동성이 큰 첨단업종의 경우 좋지 않은 사이클에서 여신을 축소한다면 버틸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여신 관리 행태가 경영 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느냐는 팬택계열의 회생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위기가 기업 자체의 경쟁력 외에 이같은 금융지원의 부재에 기인한 측면이 적지 않다면 이는 적절한 채무조정안이 나올 경우 살아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결국 워크아웃의 성공 여부는 팬택계열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보느냐가 될 것"이라며 "기업가치를 높게 본다면 이를 토대로 2금융권의 동참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현기자 j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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