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원 신호경 김상희 기자 =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어 17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과 4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현정부 임기 중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신당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총선 이후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 통외통위 상정 무산..전망 불투명
국회의 한.미 FTA 소관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11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고 국회 통과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노당 소속 의원들이 통외통위의 김원웅 위원장실을 점거한 채 위원장의 회의 소집을 막아 통외통위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지난해 9월 7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대선 등으로 인해 5개월여 표류했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심의하기 위해 필요한 첫 절차인 소관 상임위 상정이 무산된 것이다.
김원웅 위원장은 이날 회의 유회 후 양당 간사와 향후 일정을 논의해 오는 13일 오전 10시 상임위 전체회의를 재소집해 비준 동의안을 상정키로 했다.
상임위 상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동의안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회에는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미 FTA 시국회의' 등 한.미 FTA 처리 자체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대체로 17대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원내 1당인 신당은 내부 의견차가 현격한 채 명확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고 민노당은 당론으로 한미 FTA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원웅 위원장도 한.미 FTA의 중요성을 감안해 통외통위의 법안소위 회부 이전에 공청회와 청문회 등을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통외통위의 논의에도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청회와 청문회 과정에서 한.미 FTA로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 분야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공청회와 청문회가 1~2차례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월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치권은 3월부터 4월에 있을 총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비준동의안은 총선 이후 6월께 구성되는 새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통외통위와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득표를 하면 통과된다.
◇ 쇠고기 문제도 난제
쇠고기 문제도 풀어야 하지만 한.미 양측 정부가 아직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해결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측은 끊임없이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과 'FTA 비준'을 묶어 우리 측을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 측은 "통상 문제인 FTA와 위생.국민건강 문제인 쇠고기는 별개"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검역 기술적 측면에서도 국제 기준에 따른 연령.부위 제한 철폐라는 미국 측 주장과 광우병 안전성 확보를 위한 일부 제한 유지라는 우리 측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 지침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광우병위험통제국' 쇠고기의 경우 교역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나이와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광우병위험물질(SRM)의 경우도 편도와 회장원위부는 소의 나이에 관계없이 반드시 빼야하지만, 월령이 30개월 미만이면 뇌.두개골.척수 등은 제거할 의무조차 없다.
그러나 우리 측은 아직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나 소 이력추적제 등 광우병 안전 장치가 미흡해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과 일부 SRM에 대한 수입금지 규정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농림부는 지난달 4일 대통령직 인수위에 "30개월령 미만 소에서 생산된 뼈를 포함한 쇠고기까지 수입을 확대하되, 미국 측이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이행하는 시점에 월령 제한 조치를 해제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계적 전면 개방 가능성을 언급하며 다소 유연성을 보였지만, 역시 당장 제한을 모두 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 측도 대선을 앞두고 축산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쇠고기 문제를 계속 제기할 수 밖에 없어 우리 측의 조건부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한.미 FTA를 추진한 현 정부가 쇠고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새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 최소 3월중 통과돼야 미국 압박 가능
정부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2월 처리 기대를 버리고 있지 않는 가운데 아무리 늦어도 3월 중에는 우리 측의 절차가 끝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의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데 회기일(공휴일 등 제외) 기준으로 90일이 걸리고 8월 초 미 의회의 여름 휴회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 의회가 4월부터 심의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우리 측이 늦어도 3월까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미국 측의 대선이 11월 4일이기 때문에 미 의회에서 올해 9월부터는 한.미 FTA 심의가 곤란하다"며 "미 의회 내의 절차가 8월 초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내년까지 지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측이 3월까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미 행정부에 비준동의안을 자국 의회에 제출하라고 압박하면 의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행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기 전 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진행할 것이고 한.미 FTA처럼 TPA(신속협상권)에 따라 서명한 통상법안이 미 의회에서 거부된 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의하면서 90일을 모두 채운 사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 부시 행정부가 올해 내로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올해 내로 처리되면 미 대선 결과와는 큰 상관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 측도 비준동의안과 쇠고기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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