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편집위원 =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이는 수입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벌었으면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수입이 생길 수 있다. 부모로부터 생전에 재산을 물려받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금품을 무상으로 받는 경우 등을 말한다. 이 때 정부는 증여세라는 명목의 세금을 부과한다.
서울 강남의 초대형교회 목회자가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외제승용차를 무상으로 받았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증여세 과세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 목회자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외제승용차를 "수입 총판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았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돈 많은 신자가 목회자에게 선물을 주는 일은 다반사다. 하지만 그 규모가 크거나 의외일 때는 적어도 세법에 관한 한 문제가 달라진다.
이 경우가 그렇다. 해당 목회자가 외제승용차를 받고 자신의 명의로 등록했으면 차량 등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세 신고를 하고 세율에 따른 세금을 내도록 세법은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제승용차가 3억원짜리일 경우에는 1억원까지는 과세표준액의 10%를, 나머지 2억원에 대해서는 20%를 각각 더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목회자가 차량을 받고도 자신의 명의로 등록하지 않았으면 납세의무는 없다. 차량을 준 사람이 명의변경없이 그냥 쓰라고 빌려준 형식을 띠고 있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또 받은 차량을 공익법인으로 분류되는 교회 명의로 등록했으면 기부 형식을 띠게 돼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차량을 잠시 빌려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신의 것처럼 즐겨 사용하는 경우에는 명의변경과 함께 증여세 신고납부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차량을 건네받은 목회자가 차량을 자신의 명의로 해놓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증여세 추징 대상이 된다. 만일 해당 목회자가 세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으면 세법이 정한 증여세 연대납세의무 조항에 따라 차량을 준 사람이 증여세를 신고하고 세금을 대신 납부해야 한다.
준다고 무턱대고 받는 것은 '도덕적 해이' 또는 '도덕 불감증'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목회자라고 하더라도 뭔가를 무상으로 받았으면 그에 합당한 납세 의무를 다하거나 아니면 한번쯤은 이 부분을 깊이 생각해 보는 게 도리가 아닐까. 개신교계를 포함한 종교계는 "신자가 아무리 선의라지만 고급 외제승용차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하면 거절하는 게 옳다"며 "그 누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책임을 져야할 목회자가 사회 전반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준다고 선뜻 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어느 목회자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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