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이 태아에 대한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원치 않은 아이를 출산했다면 병원 측이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임신중절 수술을 할 기회를 박탈했다는 이유로 병원의 책임을 묻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동 대응에 나설 태세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이현승 부장판사)는 12일, 척추성근위축증(SMA) 환자로 진단된 신생아를 출산한 A씨 부부가 "의사의 과실로 적기에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아이를 출산해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8000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정상아를 출산하고자 했고, 신생아가 SMA 환자일 것으로 예상했다면 출산하지 않았을 것이 확실하다"며 "담당 의사는 태아가 SMA 환자인지 알아보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태어난 두 딸이 모두 SMA 환자로 진단받고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던 A씨 부부는 문제가 된 신생아의 경우 병원이 실시한 일부 검사에서 해당 유전자 결손이 없는 것으로 나와 임신을 지속하기로 결정하고 출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로서는 일부 검사의 오류 가능성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면 추가 검사를 받아보는 쪽을 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병원은 임신중절수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가 되는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병원 측이 실시했던 검사의 정확도가 97.5% 정도여서 신뢰도가 매우 높고, 추가 검사를 실시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오류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결이 알려지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3일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의사회 관계자는 "의사들이 어떠한 수단을 동원한들 태아의 이상 여부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고, 설령 태아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중절수술을 하는 게 옳은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건 전모를 파악한 뒤 공동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양영권기자 indepe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