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전자여권에 지문(指紋) 정보를 수록하는 시기를 2010년으로 늦추려는 정부와 국회의 방침은 인권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민간의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해 2008년 중 전자여권 전면 도입을 목표로 여권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 여권 주인의 얼굴과 지문정보를 전자여권에 넣기로 했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전자여권의 필수 수록 사항으로 규정한 얼굴정보 외에 지문정보까지 수록함으로써 본인 인증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 방안은 지난해 9월 원안대로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쳤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의 심의 과정에서 지문 수록의 인권침해 소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진국에서 범죄자 등에 한해 채취하는 지문정보를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 격인 전자여권에 삽입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시각과 전자여권 도입 후 보안에 문제가 발생, 지문정보가 유출될 경우 범죄에 이용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이미 주민등록증 발급시 지문을 채취하고 있는데다 지문정보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크지 않다고 본다'며 지문수록 방안을 고수했다.
정부는 또 38개국에 이르는 전자여권 도입국가 중 지문 정보를 수록하는 나라는 독일.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 등에 불과하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지문 수록을 추진하는 등 여권의 보안성 강화 차원에서 지문을 수록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국회심의과정에서 `지문을 수록하되 유예기간을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된 데는 이 같은 논란으로 인해 전자여권 도입이 늦어질 경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를 목표시점으로 하고 있는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여권은 VWP 가입을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기에 전자여권 도입이 계속 미뤄질 경우 `소프트웨어'적 요건을 충족하고도 `하드웨어'미비로 VWP에 가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함께 전자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는 것이 VWP가입의 전제 조건은 아니어서 얼굴정보가 수록된 전자여권 만으로도 VWP가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3월 관용 여권에 한해 시범적으로 전자여권을 발행한 뒤 올 하반기에 전면적으로 발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여권법 개정안 국회 통과 문제와 관계없이 계속 실무적인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추진 일정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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