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가난에 찌든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 주민들이 고운 진흙에 소금과 식물성 버터를 보탠 '진흙빵'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멕시코 유력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이 30일 전했다.
이 신문은 AP 통신이 제공한 사진 3장을 1면 머리에, 또 르포기사를 외신면에 싣고 아이티 빈민촌에서는 호떡과 흡사해 보이는 진흙빵이 엄연한 주식으로 통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AP 통신을 인용, 아이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임산부와 어린이들이 위액분비를 억제하고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로, 칼슘의 공급원으로 진흙빵을 먹어 왔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노벨상 수상작 '백년간의 고독'에서도 진흙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카리브해와 중미에서는 진흙 섭취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AP 통신이 전한 해안 빈민가 시테 솔레이에서는 진흙빵이 거의 일상화되어 있었다.
16살의 나이에 생후 1개월된 아들을 데리고 실직중인 양친과 다섯 형제 그리고 자매와 2칸짜리 집에서 살고있는 샤르렌 뒤마는 "먹을 것이 없을 때는 하루 3끼 진흙빵을 먹는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 3.6kg였던 그녀의 아들은 현재 더 여위어 보기에 딱할 정도다.
샤르렌은 진흙빵의 버터와 소금 맛이 좋으나 위에 통증을 느낄 때가 있다면서 "아가에게 젖을 줄 때 아가도 복통을 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티 빈민들이 진흙빵으로 연명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몰린 것은 우선 아이티가 근본적으로 기초 농산물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해 40%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다 원유 가격의 앙등에 그 원인이 있다.
유가상승으로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비료, 관개시설 등의 비용이 올랐고 여기에다 수송비용도 함께 올랐다. 여기에다 작년 허리케인 시즌에 폭우와 태풍이 끊이지 않고 몰려와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가격은 폭등했다.
이에 따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아이티 등 카브리해 지역 국가들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으며 지역 지도자들도 작년 12월 정상회담을 열고 식료품에 대한 관세철폐, 대규모 농장 건설 등을 결의했지만 서민들에게 몰아닥친 식료품 가격폭풍을 막을 수는 없었다.
라 살리느라는 빈민가의 시장에서 두 컵의 쌀은 60센트에 거래되고 있는 데 이는 작년 12월에 비교해 10센트 오른 것이며, 1년 전에 비하면 무려 50%나 오른 가격이다. 콩과 연유, 과일도 거의 비슷하게 가격이 폭등했으며 이런 와중에서 진흙빵 원료도 가격이 함께 올랐다.
그러나 진흙빵 1개 가격은 5센트 정도로 다른 먹을 거리에 비하면 아직 싼 편이다.
진흙빵 원료는 아이티 중부의 고원지대에서 채취되는 데 작은 돌멩이와 단단한 흙덩이를 걸러낸 후 소금과 식물성버터를 보태 만들어진 진흙빵은 시장과 길거리에서 거래된다.
진흙빵을 먹어 본 한 통신원은 빵을 입에 넣자마자 입 속의 침을 거의 흡수했으며 몇시간 동안 불쾌한 맛이 혓바닥에 감돌았다고 말했다.
진흙빵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진흙 속에 치명적인 기생충과 독극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산모가 먹었을 때는 태아의 면역력이 오히려 강화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곱 자녀를 키우기 위해 시장에서 진흙빵을 팔고 있다는 마리 노엘(40)은 자녀들도 진흙빵을 먹고 있다면서 "장래에 언젠가는 음식이 많아 진흙빵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흙빵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 인구는 870만명 선이며 1인당 연간(年間)소득은 1천900달러(2007년)로 추산되고 있다. 아이티 국민의 80%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연명하고 있으며 경제는 극소수 엘리트층이 장악하고 있다.
r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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