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영어교육 한계도달" vs "속도조절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류지복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숱한 사회적 논란 끝에 마련한 영어 공교육 실천방안이 공론의 장에 올랐다.
인수위는 30일 오전 삼청동 사무실에서 `영어 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를 열어 인수위가 준비한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학계, 일선교사, 학부모 등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인수위는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생활영어로 대화하고 영어 사교육이 없이도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게 한다는 정책목표를 위해 영어공교육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면서 교원확충, 수업방식 개선 등 구체적인 대책을 소개했다.
관련 당사자들은 글로벌화된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현행 영어교육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는 입장차를 보였다.
학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인수위의 추진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선현장의 여건 등을 고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각론상 이견을 제시했다. 특히 학부모 대표는 한계점에 도달한 사교육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대찬성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선교사들은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추진이 일선의 혼란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교교육의 원활한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속도조절론'을 제시했다.
◇인수위 "충분히 승산있는 프로젝트" =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영어는 원튼, 원치않든 세계 공용어 중 하나이고 인터넷 언어의 90%가 영어로 된 상황에서 국가경쟁력과 영어교육은 직결된다"며 "심지어 박사 학위를 갖고 있어도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국가차원에서 영어교육 문제를 개선할 때"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영어유치원을 다니는데 100만원 이상의 교육비가 충당되는 어려운 점을 모두 알고 있다"며 이번 대책이 사교육비 절감에도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5년간 4조원 재원을 지원하고 2만3천명의 교사를 추가 배치한다면 국가 프로젝트로서 충분히 승산있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온 천세영 인수위 자문위원은 "새 정부의 영어 대책은 방과후 학교, 보조교사 채용 등 주변적 접근에서 벗어난 종합적이고 근본적 대책"이라며 "공교육 여건을 충분히 감안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흡수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영어 한과목만이라도 잘해달라" = 학계 인사들은 대체로 영어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데 공감대를 보였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정보화.세계화.개방화 시대를 맞아 외국어, 특히 영어교육은 세계와 다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유진 한국교육개발원 박사는 한발짝 더 나아가 영어몰입식 교육도입을 주장했다. 윤 박사는 "그동안 8차례 영어몰입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며 "외국어 몰입프로그램이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방법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영어로 배우든, 우리 말로 배우든 과목성적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몰입프로그램 아동들의 전통문화 선호도가 오히려 높다"고 소개한 뒤 "인수위가 영어 이외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는데 쉽게 포기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며 "학교 여건에 따라 영어몰입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학부모 대표로 나온 이경자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운영위원은 "10년이나 배워도 말 한 마디 못하는 영어교육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우리는 이제 더이상 사교육비를 낼 돈도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영어 한 과목만이라도 제발 잘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일선교사들의 우려에 대해 "직장인들도 살아남기 위해 자기 돈을 들여 영어공부를 하는데 선생님들도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국가의 교사연수 프로그램 운영방침에 대해서도 "마냥 국가에서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시대변화를 모르는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일선교사 "신중접근..속도조절해야" = 일선교사들은 영어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인수위가 서둘지 말고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임동원 청운중학교 교장은 "영어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20년 전부터 나왔는데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는게 아니다"며 "좋은 정책이긴 하지만 임기 5년 내에 완결짓겠다고 하지 말고 속도조절이 필요하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영어전용교사 2만3천명을 신규채용키로 한 인수위의 안에 대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된다"며 "기존 영어교사들의 연수를 확대해 충원하는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병갑 구로중학교 교장은 "무엇보다 영어교사를 지원하는 따뜻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국내외 심화연수, 고용휴직제, 연구년제, 학급당 학생수 축소 등 대안 마련을 요구하면서 교육과정의 조기개편, 영어 인프라 재정비 방안 등을 제시했다.
김인정 일산 오마초등학교 교사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초등 영어는 중등.대학영어와 달라 아이들의 사회적.정서적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후조 교수도 "초등학교는 담임교사제인데 영어전담 교사임용에 신중해야 한다"며 2000년 초등학교에 도입된 교과목 전담교사가 현재 담임 발령을 받은 사례를 거론한 뒤 "시행착오가 있었던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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