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금난' 숨통 트이나>

  • 등록 2008.01.21 0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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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시중은행들의 자금난이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국내외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증시로 빠져나간 돈이 은행으로 되돌아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은행들의 자금조달처인 채권시장의 수급상황도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들이 모처럼 여유를 갖는 분위기다.

◇ 시중자금 은행 U턴 조짐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은행의 총 수신 잔액은 475조4천676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조8천5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이들 은행의 총 수신 잔액은 2조3천747억원이 감소했으나 소폭 증가세로 전환됐다.

총 수신이 증가세로 반전된 것은 최고 6~7% 금리를 주는 은행 특판예금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 특판예금은 7영업일 만에 6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끌어들이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반면 펀드의 인기는 시들한 편이다.

4대 은행의 펀드 판매 잔액(평가액 기준)은 현재 89조4천229억원으로 전달(93조2천639억원)보다 감소했다.

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수익률이 급락하거나 손실을 내자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펀드 대량 환매 조짐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자금 유입 속도가 확연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 차원에서도 작년처럼 펀드영업에 `올인'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 자금조달 여건 개선 = 채권시장에서 수급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점도 은행 자금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거침없이 상승했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3개월짜리 CD금리는 지난 16일 3개월 만에 처음으로 0.01%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18일에도 0.01%포인트 떨어져 연 5.87%를 기록 중이다. 실세금리인 국고채 금리도 18일 전날보다 0.09%포인트 하락한 5.36%를 나타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채 발행이 호조를 보이고 특판 정기예금으로 은행권 수신이 늘면서 은행권 유동성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며 "또 채권시장에서의 수급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아지고 있어 금리는 당분간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들은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CD와 은행채를 앞다퉈 발행했지만, 이를 사주겠다고 나서는 기관이 없자 금리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은행들은 앞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장들도 한국은행 주최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올해는 주식시장의 자금이동 현상이 다소 완화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도 호전돼 CD와 은행채 발행 수요도 둔화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생각보다 은행의 자금사정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현재 대부분 은행들은 자금이 `잉여'로 돌아선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지난해 은행들은 수신이 줄고 있는 데도 대출을 늘려왔지만 이제는 수신과 대출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작년 연말 때 벌어졌던 자금시장의 큰 혼란은 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대출경쟁 재개 움직임..낙관은 일러 = 그러나 `수익성 관리에 치중하겠다'는 은행들의 공언과 달리 돈 가뭄이 다소 해소될 움직임을 보이자마자 은행들은 또다시 대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4대 은행은 올 들어 17일 동안 중소기업 대출을 1조4천36억원이나 늘린 상태다.

지난 달에는 대출을 자제하면서 이들 은행의 중기대출이 전달보다 9천578억원 감소했지만, 다시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은행들의 자금사정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지만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기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1~15일 예금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은 작년 말에 비해 2조1천5893억원이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금리 특판예금에만 의존할 경우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세계경제 둔화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등 신흥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경우 채권시장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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