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팔레스타인의 강경 정파인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를 마구 파괴하고 이곳 주민들을 희생시키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9일에도 가자지구에 최소 2차례의 공습을 가해 하마스 계열 무장조직인 이제딘 알-카삼 여단 요원 2명을 살해했다.
◇가자지구는 전쟁터 = 이스라엘 군은 올해 들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자국에 로켓 공격을 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대공세를 펴고 있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하루 동안에만 18명이 희생된 지난 15일 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최소 36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가자지구를 수시로 침범하는 이스라엘 군의 포격이나 공습으로 희생됐다.
이스라엘은 또 18일에는 하마스 내각이 내무부 청사로 사용했던 5층 짜리 건물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파괴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공격으로 인근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여성 한 명이 죽고 4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이 기간에 이스라엘 쪽으로 약 200발의 사제 로켓을 발사해 10여 명을 다치게 했다.
어느 쪽이 사태를 유발했는 지를 따지자면 이스라엘 건국 시기까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충돌 상황만을 놓고 보면 이스라엘의 점령에 항거하는 무장세력의 로켓공격보다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부녀자들의 희생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뒷짐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은 군사작전 외에 봉쇄의 고삐도 바짝 조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자국에서 가자지구로 연결되는 모든 육상 통로를 폐쇄해 연료와 생필품 등이 반입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가자 주민들에게 집단적인 제재를 계속 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2006년 1월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한 뒤 하마스의 지지 기반인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정책을 펴기 시작해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치안통제권을 확보한 지난해 6월부터 봉쇄의 수위를 더욱 높여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고사시키려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점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하마스를 민중과 떼어 놓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집단 제재가 오히려 하마스처럼 강경한 팔레스타인 독립운동 세력의 힘을 키워줄 것이라는 데 이론을 달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근동연구소가 팔레스타인 주민 9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답변은 한 달 전보다 3% 포인트 높아진 16%를 기록했으나 협상파인 파타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39%로, 7% 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대해 근동연구소의 자밀 라바 소장은 가자지구에서 거의 매일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이 하마스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는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자제 요구에 이스라엘은 `우이독경' = 이스라엘이 군사력을 동원해 150만 가자 주민들을 인도적인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데 대해 국제사회가 보이는 반응은 미약하기만 하다.
중동평화를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운운하며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서 펼치는 선제 공격작전을 옹호하고 있다.
미국의 시각으로는 국가를 세우지 못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위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 TV나 신문 지상을 통해 거의 매일 주검이 된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을 접하는 아랍권에서조차도 이스라엘의 도발적인 군사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하는 지도자가 많지 않다.
그나마 아랍권 민중의 한을 풀어주는 발언을 하는 지도자로는 미국이 적대시하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아랍권 국가에 속하지 않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및 아랍연맹(AL)을 이끌고 있는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 정도가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이 가자지구 사태를 우려하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구호 업무를 담당하는 존 홈스 유엔 사무차장은 18일 "우리는 안보 문제와 그것에 대응할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지만 가자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 제재는 적절한 대응법이 아니라고 믿는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봉쇄정책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공격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가자지구의 폭력사태가 즉각 끝나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라고 에둘러 요구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는 로켓공격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반 총장은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이어지는 통로를 막으면 식량 및 의약품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 주민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며 봉쇄 정책의 철회를 완곡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다니엘 카르몬 유엔 주재 이스라엘 부대표는 로이터통신과 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취하는 조치들은 "폭력과 테러"에 직면한 책임있는 정부라면 어느 정부라도 할 것들이라고 말해 국제사회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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