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푸틴의 유럽겨냥 '트로이 목마'인가>

  • 등록 2008.01.18 0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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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문에 불가리아 야당.시민단체 첫 반대 시위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불가리아 방문(17-18일)에 불가리아 국내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전체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차적인 방문 목적은 불가리아를 5세기에 걸친 터키 지배로부터 해방시킨 1877-1878년 러-터 전쟁 13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이번에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체결될 협정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17일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불가리아는 이번 푸틴 대통령 방문 기간 러시아와 두 가지 중요한 계약을 맺는다.

하나는 다뉴브강 연안의 벨레네 지역에 지어질 새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약, 다른 하나는 러시아-불가리아-그리스 3국 간에 맺게 될 부르가스-알렉산드루폴리스 송유관 건설 회사 설립 계약이다.

문제는 두 계약 모두 에너지 분야에서 불가리아의 대(對) 러시아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유럽 대륙 전체의 에너지 안보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데 있다.

특히 불가리아 흑해 연안의 부르가스와 그리스 북동부 알렉산드루폴리스를 잇는 279㎞ 길이의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에게해 및 지중해까지 수송하게 돼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키게 된다는 것.

불가리아의 우파 야당인 DSB는 이번에 체결되는 에너지 협약들이 불가리아를 EU 안에 있는 푸틴 정권의 '트로이 목마'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며, 푸틴 대통령 방문 반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DSB는 지지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방문하는 17일 밤 1988년 공산주의 반대 시위가 처음으로 열렸던 소피아 중앙 공원에 집결할 것을 촉구했다.

한 인권단체는 18일에 소피아 도심 사거리에서 정부의 '친 러시아' 정책에 항의하는 연좌 시위를 벌인 뒤 시내를 행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는 불가리아에서 러시아 최고 지도자의 방문에 반대하는 사상 첫 시위로, 러시아 측에서는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가리아는 비록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현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의 일원이지만 예전에는 옛 공산권에 속했던 동유럽의 구 소련 위성국가들 중 유난히 러시아에 '순종적'이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시절 불가리아의 독재자 토도르 지브코프는 한때 불가리아가 소비에트 연방의 16번째 지방으로 편입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할 정도였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러시아와의 지리적 근접성과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결국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종속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인 에브게니 다이노프는 이번 에너지 분야의 계약은 푸틴 외교 정책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최대 석유생산업체인 루코일은 이미 불가리아 부르가스에 있는 정유소를 소유하고 있으며, 북부 코즈로두이에 있는 불가리아의 유일한 원전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연료로 운영되고 있다.

소피아의 지역 및 국제학 연구소의 분석가인 오그니안 민체프는 이번에 체결되는 계약들이 불가리아의 러시아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유럽의 이익과도 갈등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바일로 칼핀 불가리아 외무장관은 이번 계약들은 불가리아의 지정학적 위치로부터 얻는 이익을 증대시키고 에너지 수송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만들게 될 것이라며 반대 주장을 일축했다.

칼핀 장관은 코소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불가리아는 러시아보다는 미국의 입장에 근접해 있다고 말해 우파 야당의 '친 러시아' 비판을 반박했다.

fai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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