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된 김동률 "난 발라드 가수여서 행복"

  • 등록 2008.01.17 2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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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5집 '모노로그' 발표
"전람회 20주년 되면 기념 음반 낼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 발라드는 같은 장르의 서구 음악과 분명 다른 패러다임이 있다. 삶 속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한(恨)의 페이소스가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해 감동을 준다. 김동률(34)은 귀를 어지럽히지 않는 낭랑한 중저음, 대중을 배려한 서정적인 가사로 15년간 한국 발라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은 대표 가수다.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룹 전람회로 데뷔한 김동률이 4년 만에 5집 '모노로그(Monologue)'를 냈다. 미국 버클리음대 유학 시절 만든 4집이 날을 세운 '음악인 김동률'을 위한 음반이었다면 5집은 한국에서 보낸 3년여의 생활에서 체득한 세상과 삶에 대한 여유가 묻어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대신 소박한 기타 선율에, 친구인 세계적인 일본인 피아니스트 히로미 우에하라의 솔로 반주에 시를 읊듯 목소리를 실어 여백의 미도 느껴진다.
싱어송라이터인 그가 음반에 대해 설명한 첫마디도 "콘셉트가 없어요"였다.
"유럽ㆍ일본으로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구애받지 않고 만든 음반이에요. 음악이 툭툭 던져지듯 나왔어요. '음악적인 색깔이 이렇다' '장르 변화가 어떻다'는 건 무의미하죠. 만약 머라이어 캐리가 힙합을 하면 듣기 싫어질 수도 있잖아요."
퇴보된 느낌을 주지 않되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연구했다. 뭔가 뒤집어지게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기보다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해야 그의 음악을 기다려 준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세계 음악 트렌드가 일렉트로닉, 모던 록이지만 그가 이 장르에 구애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역시 타이틀곡 '다시 시작해보자'도 전형적인 '김동률표' 감성 발라드. 그는 "변화가 있다면 '잔향' 등의 노랫말에서 보여준 '하오체'에서 벗어나 조금 더 적극적인 '하자체'로 바뀌었다 것?"이라며 배시시 웃어버린다.
"음악에서 한번도 타협하진 않았어요. 전 여전히 발라드가 좋아요. 발라드 가수인 게 다행이에요. 만약 록, 일렉트로닉 뮤지션이었다면 노선 변화가 생겼을 때 회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잖아요."
좋은 대중가요를 담자는 의지만 뒀다. 이때부터 더 어려워졌다. 그는 "특정 부류에만 사랑받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이든 힘이 되는 음악이 좋은 대중가요"라고 했다. 여행 갈 때, 연인과 헤어졌을 때, 취업에 실패했을 때 의지가 되는 멜로디, 그 당시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수 있는 음악 말이다.
돋보기로 마음을 확대하듯 스스로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래서 본인의 얘기가 많이 담겼고 음반 제목도 '모노로그'다. 노래의 화자가 가수, 자아(自我)인 곡도 세 곡이나 된다.
'점프(Jump)'는 가사가 쉽게 나오지 않던 순간의 마음, '더 콘서트(The Concert)'는 2004년에 펼친 10주년 공연 당시 막이 오른 후 무대에서 내려오기까지의 감정, '멜로디(Melody)'는 인생에서 음악의 의미를 독백했다. "모두 3년여간 제가 했던, 지금도 하고 있는 생각들이죠."
그는 지금껏 음악인의 길을 걸어온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했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전람회 시절 함께 한 서동욱에게 음악은 그가 가진 재능 중 하나였지만 그에겐 음악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그간 좋은 변화와 나쁜 변화는 있었다.
"옛날엔 '이런 걸 하고 싶은데' 편곡 등에서 능력이 안됐죠. 그러나 나이 들고 경험을 쌓으며 보강됐다는 게 좋은 변화예요. 나쁜 변화는 순수한 음악을 만들기 어려워졌죠. 제 스스로 오케이(OK)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기간이 길어지네요. 삶이 윤택해지고 많은 걸 알아버리니 치열하지 않나봐요."
자연스레 음반 10만 장 판매가 '대박'으로 불리는 지금의 음악 시장 얘기로 흘렀다. 그는 아주 옛날부터 매번 이번 음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포자기하는 여느 가수와 달리 미미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고 풀이한다.
"수십만 장 파는 시장이라면 지금의 저에게도 같은 판매량을 기대하겠죠. 그러나 어차피 음악시장은 1만~3만 장 판매가 고작이니 연주 음반 등 다양한 시도를 해도 부담이 적어졌죠. 또 인디 시장의 음악들이 메이저로 흘러들어오기 쉬워졌어요. 음반 시장의 고사가 매체 변화로 인한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전람회, 1997년 이적과 꾸린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 등 팀으로 회귀할 여지가 있는지 물었다. 이번 음반에 클래지콰이의 알렉스와 부른 '아이처럼'이 수록됐기 때문에 든 의문이기도 하다.
"미국 매킨지에서 일하는 (서)동욱이에게 20주년 기념 음반을 내자고 말한 적은 있는데 그 친구가 워낙 잘나가서…. 정규 음반을 함께 내기엔 서로 가는 길이 너무 멀어졌어요. 프로젝트 팀을 할 생각은 있지만 팀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들과 함께 한 음악은 여전히 그를 자극하는 촉매제다. 그는 지금도 예전 음반을 들으며 그때 그 시절 순수했던 감성을 마신다. 비타민 같은 자양분이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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