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 국회로 넘어간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동의안이 해가 바뀌어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행정부가 의회에 비준동의안조차 제출하지 못했고 양국의 정치권은 한국의 총선(4월)과 미국의 대선(11월) 등 정치 일정으로 인해 한.미 FTA 비준동의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천신만고 끝에 타결한 협정이 발효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FTA 비준에 적극적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에 미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측이 먼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지만 국회 의원들의 모든 관심은 총선에 쏠려 있다.
◇ 2월 비준해야 美 압박할 수 있어
13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우리 국회가 2월에 통과시키지 못하면 새 정부 출범 후 4월 총선까지는 모든 관심이 총선에 쏠릴 수 밖에 없고 총선 이후 국회가 새로 구성되면 한.미 FTA에 대한 재검토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또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의 후보지명 전당 대회가 이뤄지는 8월 이후 연말까지는 FTA 비준 동의안을 물리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7월 이전에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3월 초에는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 행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 의회는 회기일(공휴일 등 제외)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처리해야 돼 이를 역산하면 7월 이전 통과를 위해서는 3월 초에는 내야한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가 3월 초에 FTA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먼저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총선을 앞두고 농어촌과 노동계의 표를 의식한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몸단 정부 한.미 FTA에 쇠고기 연계 방침
정부도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에 비준동의안을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모두 한.미 FTA에 반대하고 있어 FTA에 적극적인 공화당 정부에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를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 보고에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 이행법안의 미국 의회 제출이 불가능하다"며 "미국 측의 한.미 FTA 비준을 촉진하기 위해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 이행법안의 미국 의회 제출을 연계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쇠고기 협상의 조기 타결을 희망한다면 의회에 빨리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라고 미국 행정부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 등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쇠고기시장의 전면 개방이 FTA 비준의 선결요건이라 말해왔다.
◇ 경제계, 조속한 비준 촉구
경제단체장들도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빠른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FTA 민간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한.미 FTA의 발효가 시급하다"며 "새 국회가 구성되기 전에 통과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회견에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미 FTA 비준 지연으로 투자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재계는 미국 경제계와 함께 오는 18~19일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한미재계회의 분과위원회 합동회의를 통해 양국 정부에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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