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대전지법이 높은 법관석에서 재판정을 내려다보기만 해온 판사들도 원고나 피고(인)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며 잇따라 역할극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지법은 11일 오후 김매경, 정갑생, 석동규, 박정화 판사가 각각 손해배상 청구소송 원.피고와 그 가족으로 나선 역할극을 진행했다.
이날 판사들은 미리 짜인 대본 없이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 서로가 피해자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개요만을 전해들은 채 각자의 역할에 맞게 연기를 펼쳤다.
앞서 지난해 12월 27일에는 정재우 판사가 뇌물수수 사건 피고인, 민경화 판사가 검사, 이문우 판사 등이 증인 역할을 각각 맡은 형사재판과 김우현 판사가 원고, 석동규 판사가 원고 대리인, 김매경 판사가 피고, 남양우 판사가 피고 대리인으로 나선 약속어음금 청구 민사재판 역할극도 진행됐다.
이 같은 역할극은 판사들이 원고나 피고 등 재판 당사자들의 입장을 이해해보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법원은 판사들과 재판 당사자 사이에 더욱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나아가 구술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원고역할을 맡았던 김매경 판사는 "원고 입장에 몰입해 나와 완전히 반대로 펼치는 피고측 주장을 듣고 있다보니 억울하고 답답한 동시에 만일 재판부가 피고측 주장을 들어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많이 됐다"며 "앞으로 재판 진행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더욱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전지법은 역할극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시작된 국민참여 형사재판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모의 배심재판, 법정 소란행위에 대처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모의 감치재판 등도 지난해 진행했다.
김진권 대전지법원장은 "역할극이나 모의재판 등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진행과 설득력 있는 결론 도출을 위해 우리 법원 판사 모두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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