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로 물망에 오른 사람들 중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도 거론되고 있다. 이 당선인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이를 외부에 유포하고 있다. 최시중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은 "둘 다 유력하다"면서 "(거부하면) 시간을 갖고 다시 요청해야 하지 않겠느냐. 계속 제안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심 대표 모두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적이 없다는 데 다시 요청하고 계속 제안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이 당선인의 의중이 실린 것인지도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배경에 의아심이 든다. 박 전 대표는 총리직을 맡게 되면 `4.9 총선'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정치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당내 입지가 심각히 손상당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심 대표는 한창 창당 작업 중인 이회창 신당의 핵심 인물이다. 다가올 총선에서 충청권을 겨냥한 선거용 포석으로 심 대표 총리설이 나오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29일 (이 당선인을) 뵈었을 때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다"면서 "당에 남아서 정치 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심 대표도 "평생을 신뢰와 신의로 살아 왔는데 창당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그런 신뢰와 신의를 깨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초대 총리는 새 정부 인사의 핵심이고 향후 인사의 풍향계를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그 상징성을 감안할 때 합당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인사의 흐름은 첫 단추를 잘못 꿰도 한참 잘못 뀄다는 판단이다. 두 사람 모두 거부하는 데 삼고초려를 해가며 굳이 앉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심 대표의 정치ㆍ행정 경력을 고려할 때 그가 월등한 총리감인지도 의문이다. 박 전 대표는 애초부터 총리직을 사양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집착하는 듯하니 당선인 주변에 그렇게 사람이 없는지 따져 묻고 싶다.
인사 과정도 석연치 않다. 당사자에게 직접 통보하는 형식이 아닌 언론을 통해 제안하고 언론을 통해 거부하는 식의 기형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인사는 기초 자료를 토대로 해당 당사자의 의중을 내밀히 따져 확정되면 외부에 발표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이 때문에 이번의 경우 두 사람이 거부할 줄 뻔히 짐작하면서도 당내 친(親) 박근혜 세력에 대한 `성의' 차원이나 충청도 민심을 사기 위한 선전용 인사 흘리기라는 의혹이 없지 않다. 이 당선인은 일 잘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실용적 인사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 실용이 정치적 꼼수를 통한 이득 챙기기의 다목적 용도까지 포함한다면 곤란하다. 이 당선인의 본심이 그렇지 않다면 먼저 측근들의 입단속부터 하는 것이 급하다. 인사 풀을 최대한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렇다고 해서 남의 당 창당 작업의 주역을 빼내오겠다는 발상은 정치 상도를 뛰어 넘는 하급의 정략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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