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중국 방문 중 윤곽드러낼 듯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핵 10.3합의 채택 이후 한동안 휴지기에 접어들었던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새해들어 동북아 순방을 단행하면서 협상 분위기가 다시 확산되고 있고 북한도 지난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비록 신고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탕했지만 '협상 의지'는 과시한 터여서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의 회담 개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방한 중인 힐 차관보와 협의를 가진뒤 "6자회담 조기 개최 필요성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감했다"며 "1월 중 개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회담 일정에 대해 "북한이 언제 개최하기를 원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면서 "염두에 두고 있는 일정은 있지만 힐 차관보가 10일 중국으로 가서 (6자회담)의장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협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역할과 함께 북한이 최종적으로 회담 개최에 동의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현재 중국은 북한을 포함해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의사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때 지난달 6-8일 회담 개최를 추진했다가 무산된 점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우리는 6자회담의 모든 참가국들이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공동으로 신의있게 노력한다면 10.3합의가 원만히 이행되리라는 기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밝힌 데 고무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핵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20일을 전후해 6자 수석대표 회담을 열자고 제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구체적인 회담 개최 여부 및 개최일정 등은 힐 차관보가 서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北京)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6자회담 의장)과 만나는 계기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여전히 협상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6자 수석대표들이 만나 북한이 현재까지 취한 조치 가운데 부족한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증거에 입각한 적극적인 신고'를 촉구한다면 좀처럼 고비를 넘지 못하는 6자회담 국면이 타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전에 6자 수석대표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에 대해 "신고와 6자 수석대표 회담 일정을 꼭 연관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다시 말해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의혹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북핵 신고가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6자 수석회담을 개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 신고를 11월에 이미 했다'거나 '수입 알루미늄관을 이용한 군사시설을 참관시켰다'고 주장했으나 미 국무부는 다음날인 5일 '아직 북한의 정확하고 완전한 핵 신고를 받지 못했다'고 일축하는 등 신경전이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북한은 현재 신고의 핵심이슈인 UEP 의혹에 대해 "알루미늄관을 수입은 했지만 UEP와는 관계없는 용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담화에서 끝까지 미국을 비난하지 않고 협상의지를 밝힌 만큼 북한을 설득할 여지가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협상 모멘텀 유지에 유리하다는 게 한국과 미국의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1월 6자 수석대표 회담이 열릴 경우 미국을 비롯한 다른 참가국들은 북측이 최소한 ▲플루토늄이 아닌 우라늄 핵무기를 제조하려는 차원에서 UEP 관련 장비를 일부 도입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초보단계에서 중단했다거나 ▲애초부터 경수로 가동에 필요한 연료 확보차원에서 시도한 일이라는 정도의 설명을 하도록 촉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과거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건을 과감히 인정했다가 일이 오히려 꼬인 점을 의식해 '신고의 결단'을 못내리고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 미국은 매우 유연하게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평양까지 방문했던 힐 차관보가 한 달 만에 다시 동북아 순방에 나선 것은 북한이 밝힌 외무성 담화에서 '모종의 가능성'을 발견한 결과라는 관측까지 하고 있다.
또 10-11일 베이징을 방문하는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는 추측도 돌고 있다. 만일 김 부상이 베이징에 나타나 힐 차관보에게 보다 확실한 언질을 할 경우 6자회담 프로세스의 재개는 물론 북핵 협상의 전반적인 기류 변화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과연 쉽게 미국의 핵 신고 요구를 수용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의 중국 일정이 끝나는 시점에 가서야 6자회담의 재개여부, 나아가 전체 협상 기조의 변화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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