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인자' 물밑경쟁 시작됐나>

  • 등록 2008.01.07 15:11:00
크게보기

정몽준 `급부상'.이재오 `기지개'

朴, 긴 호흡속 `진지전' 구축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오는 2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집권 여당이 될 한나라당 내에서 차기 대권과 당권을 놓고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이재오 의원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벌써 당 안팎에서는 오는 4월 총선과 7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박.정.이(박근혜.정몽준.이재오)' 트리오간 보이지 않은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측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 특사단장으로 이들 세 사람을 발탁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들 중 그 누구에게도 독주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함으로써 균형과 견제를 유지토록 하는 이른바 `삼분지계(三分之計)'인 셈이다. 이 당선인 특유의 `분할 통치'가 2인자 관리에서도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주목되는 부분은 정 의원의 정치적 위상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 정 의원이 대선 후보였으며 5선 중진이기는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 당선인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더욱이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전날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로 인한 `정치적 멍에'를 안고 지내야 했던 부담도 꽤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외교관계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 의원이 미국 특사단장을 맡아 한미관계의 첫 단추를 채우게 됐다는 점은 정 의원의 달라진 중량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사퇴로 공석 중인 최고위원직에 정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정 의원은 이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경제 이미지'가 장점인 데다가 축구협회장을 역임하면서 다져놓은 해외 인적 네트워크라는 무시하지 못할 정치적 자산도 갖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이 2인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내 세력이 없는 그로서는 4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나름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총선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당내에 구축하는 일도 그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전 대표측을 향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박 전 대표측으로부터 `오만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은 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이 의원의 부활은 향후 총선 일정과 맞물려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토의종군(土衣從軍)'을 선언하면서 낮은 자세로 임해오던 이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 태스크포스 상임고문에 이어 이번에 대러시아 특사단장을 맡으면서 다시금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러시아와 특별한 인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특사단장으로 선임된 데는 이 당선인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 외에도 향후 이 의원의 대국회 역할이 막중하다는 현실적 고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향후 이명박 정부의 근간이 될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총리 인준 등 장관 인사청문회가 원만히 마무리돼야 새 정부의 향후 정국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당선인이 향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당과 국회에서 확실한 자기 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의중을 당과 국회에서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이 의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당 안팎에서 이 의원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만약 이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당내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면 오는 7월 당 대표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면서 당권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두 사람이 이 당선인의 측면지원 속에 자연스럽게 `2인자' 경쟁에 합류했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당내 탄탄한 자기 기반과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이 당선인과 밀고 당기는 길항관계에 있는 묘한 위치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2인자'라기 보다는 `차기주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유세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국정 동반자'라는 명칭까지 붙이면서 박 전 대표를 끌어안았던 이 당선인측은 최소한 총선정국까지는 박 전 대표를 다독이면서 가야 한다는 내부입장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대선후보때부터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중시해온 박 전 대표를 중국 특사단장으로 지명한 것이나, 초대 총리 후보군에 박 전 대표를 포함시킨 것도 이 같은 의도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셈법은 이 당선인측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특사단장을 수용한 것은 `국정은 국정이고 공천은 공천'이라는 원칙에 따른 것일 뿐이며, 이 당선인측과의 공천투쟁은 사활을 걸고 맞붙겠다는 것이 박 전 대표측의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를 미국이 아닌 중국특사단장으로 내정한 것은 이 당선인측의 의도적 계산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격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총리 입각설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국정경험' 축적을 위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이를 수락할 경우 4월 총선은 포기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중요한 선택을 강요받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실제로 박 전 대표 본인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총리 입각설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며 "정치발전과 나라발전을 위해 당에서 할 일이 많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대선과정에서 이 당선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대선과정에서 묵묵히 협조하고, 측근들의 만류를 예상하면서도 중국특사단장직까지 수용한 것은 모두 `공천투쟁'을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선을 다해 도와줬으니 내가 요구하는 단 한가지는 반드시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입장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가 총선 공천에 `올인'하는 것은 `차기'를 위한 준비단계의 성격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총선에서 자기 사람들을 확실히 챙기면서 차기 대권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진지구축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jongwoo@yna.co.kr

(끝)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주)인싸잇

법인명 : (주)인싸잇 | 제호 : 인싸잇 | 등록번호 : 서울,아02558 | 등록일 : 2013-03-27 | 대표이사 : 윤원경 | 발행인 : 윤원경 | 편집국장 : 한민철 | 법률고문 : 박준우 변호사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33길 9, 1층 | 대표전화 : 02-6959-7780, Fax) 02-6959-7781 | 이메일 : insiit@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