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사카쉬빌리 재선과 그루지야 정국

  • 등록 2008.01.07 0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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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對러시아 관계.경제개혁 등 현안 산적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5일 실시된 그루지야 대선에서 미하일 사카쉬빌리 전 대통령이 야권 후보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사카쉬빌리는 사실상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성격을 띤 이번 대선 승리로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로 한때 정치 생명이 끝난 게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사회생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잠정 개표 결과 사카쉬빌리는 선거 운동기간 그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9개 정당이 연대해 결성한 `국민의회'의 레반 가체칠라드제를 25%포인트 이상 큰 득표율 차로 물리쳤다.

그가 반정부 시위에서 표출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조기 대선을 발표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그의 재선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야권의 공세가 워낙 거센데다 2003년 장미혁명 당시 자신을 지지했던 국민조차 부정부패와 실업, 빈곤이라는 지난 4년간의 성적표에 실망하면서 자신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특히 시위대를 향한 정부의 강경진압은 그의 정치 스타일이 독재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실례로 보여주면서 국민은 물론 자신을 지지했던 서방 국가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는 야당 세력들이 반(反)사카쉬빌리 전선을 형성하지 못한 약점을 이용하면서 25%에 달하는 부동표를 자신의 표로 만들어 버렸다.

반면 야권은 국민의 정권 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도 6명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해 패배를 자초했다.

사실 야당 지도자들이 반정부 시위를 이끌 때만 해도 정권 교체 가능성은 높았다.

일각에서는 2003년 11월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전 그루지야 대통령이 선거 부정으로 촉발된 항의 시위 끝에 물러났던 `장미혁명'과 같은 시민혁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사카쉬빌리가 이끈 그루지야 시위대는 셰바르드나제의 신임 투표를 겸한 총선에서 부정이 자행됐다며 개표 직후 항의 시위를 전개했고 시위 발생 20일 만에 셰바르드나제는 사임을 발표, 시민이 주축이 된 '무혈혁명'이 막을 내렸다.

야권은 포도주 사업가이자 현직 국회의원인 레반 가체칠라드제를 사카쉬빌리의 대항마로 내세웠지만 미디어와 관(官)을 장악한 여당의 우위를 극복하지 못했다.

야당으로서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야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데 위안을 찾으면서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분석가들은 비록 야당이 대선에서 패했지만 총선에서 야권 연대를 통해 승리, 내각을 장악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사카쉬빌리의 재선에 대해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미국, 러시아 등은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흑해,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그루지야는 유럽의 길목 역할을 하면서 주변 국가들에게는 지정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서는 친미 성향의 사카쉬빌리가 당선된 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카스피해 원유.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담보할 수 있게 됐고 그루지야의 EU와 나토 가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와 함께 실시된 나토 가입을 묻는 국민 투표에서 유권자 61%가 가입에 찬성하면서 사카쉬빌리의 친서방 정책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루지야내 하부하지아와 남오셰티아 등 2개 자치공화국을 지원하면서 그루지야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러시아로서는 사카쉬빌리의 당선이 좋을 리 없다.

이를 반증하듯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야당 탄압과 관권 선거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그루지야 대선의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그루지야 정부가 지난해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는데 사카쉬빌리가 또다시 대통령에 오르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현재 그루지야의 주요 수입원인 포도주와 생수의 러시아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이웃 국가와의 항공 및 여객선 운항, 우편 연락까지도 단절시키는 등 그루지야와 대립하고 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그루지야 인구 450만 명 중 30만 명이 실업자고 100만 명이 빈곤층이다.

사카쉬빌리 당선자가 자신의 공약대로 경제 개혁과 함께 빈부격차 해소, 실업 감소 등을 통해 국민에게 어떤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줄 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대(對) 러시아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갈 지 주목된다.

또 부정 선거 시비로 야권에서 잇단 규탄 시위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 집중으로 민주주의 후퇴 지적을 받고 있는 그가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반대 세력과 국민 여론을 어떻게 하나로 끌어 모아 화합을 이뤄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hyun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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