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회의적"..北 "우리는 사실상 자기할 바 다한 상태"
"北 UEP.핵이전 과거사 고백 좀 더 솔직해야"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핵 6자회담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문제로 발목이 잡힌 가운데 북미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양측 모두 불만 속에서도 판을 깨지는 않으려는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해 불만을 표시하고 나선 쪽은 미국.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아직까지 북한으로부터 들은 것이 없다"면서 북한이 작년 연말 핵신고 시한을 지키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핵신고에 대해 "회의적(skeptical)"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 백악관과 국무부가 북한의 핵신고 지연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서도 기대해 보자는 입장을 피력하던데서 다소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미국측의 불만이 표출되자 북한도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응수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사실상 자기할 바를 다한 상태"라며 작년 11월 핵신고서를 미국에 통보했고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와 관련해서는 알루미늄관을 이용한 군사시설까지 참관시키고 샘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와의 핵 연계설에 대해서는 10.3합의에 "핵무기와 기술, 지식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됐음을 들어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변인은 오히려 불능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과 에너지 관련 자재.장비 제공이 늦춰지고 테러지원국 및 대적성국교역법 대상 삭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거론하면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관계자는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지난달 방북해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나지 못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도 핵협상에 불만을 가진 것 같다"며 "당분간 신고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양측간 갈등이 고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기본적인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가진 정보와 비교할 때 더 솔직한 고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북한은 알루미늄관 수입과 로켓 제작에 사용됐다면서 일부 샘플을 제공했지만 이 샘플에서 농축우라늄의 흔적이 나타남에 따라 이 흔적의 원인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축을 하려고 시도는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오염된 것인지 등 '과거행적'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재발방지를 비롯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시리아와의 핵연계설 역시, 작년 9월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을 받은 시설이 어떤 시설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미 언론들은 영변의 핵시설과 공습을 받은 시리아의 시설 사진을 비교, 유사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과 유사한 시설을 시리아에 이전하려고 했을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고 현장에서 북한 연구자의 시신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북한의 보다 성의있는 신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고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측간의 이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최악의 파국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 노력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페리노 대변인은 북한의 핵신고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하면서도 "언제 신고가 이뤄질지 시간표는 없으며 최대한 빨리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여지를 남겼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우리는 6자회담의 모든 참가국들이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공동으로 신의있게 노력한다면 10.3합의가 원만히 이행되리라는 기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핵비확산'이라는 성과물을 필요로 하고 있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반세기 이상 유지해온 북미간 적대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서로 파국을 원치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불능화는 폐연료봉을 제거하는 작업만 남았지만 수조를 정화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로 앞으로 2∼3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며 "일단 폐연료봉만 제거하면 당분간 북한의 핵무기를 늘리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지난달 남.북.중 3개국이 북한에 제공될 에너지 관련 설비 목록에 합의한 만큼 공식적인 구매절차 등을 거치면 조만간 자재장비도 북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신고에서 미진한 부분과 의혹을 정확하게 밝히는 결단을 내린다면 위조지폐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이후처럼 핵문제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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