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경기북부지역의 교통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북부는 미군기지 반환 등으로 반세기 만에 발전의 전환기를 맞고 있으나 안보 완충지 역할을 수행한 탓에 열악할 수 밖에 없었던 교통인프라는 개선되지 않은 채 개발 수요가 급증해 주요 도로마다 교통전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곳곳에서 택지지구를 비롯한 대규모 개발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도로시설 등 교통대책이 제 때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아 교통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현재의 북부지역 교통 여건과 그동안 변화 등을 짚어보고 서부.중부.동부 세 곳으로 나눠 권역별로 문제점을 진단한 뒤 전문가 해결책까지 모두 5회에 걸쳐 교통문제를 점검해 본다.
(의정부=연합뉴스) 김정섭 기자 = 경기북부지역은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이상 안보 완충지 역할을 해 온, 말 그대로 군사지역이다.
10개 시.군 전체 면적 4천284㎢의 44.1%인 1천891㎢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이 지역, 특히 중.서부지역의 주요 간선도로는 한결같이 남북으로 뻗어 있다.
군사적 목적 때문에 동서 연결도로 건설이 제한됐고, 인구와 산업시설도 적은 곳에 굳이 도로망을 잘 갖춰야 할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경기북부지역은 도넛을 반으로 자른 것처럼 파주에서부터 가평까지 동서로 길게 늘어진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동서를 관통하는 간선도로가 절실했지만 우선 순위에 밀리면서 지금껏 제대로 된 동서 순환도로가 없었다.
반세기 동안 남북 도로는 있지만 동서 도로는 없는, 도로망의 가장 기본적인 격자형이 갖춰지지 않은 광역교통망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온 것이다.
최근 대규모 개발로 교통인프라의 조기 확충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그나마 때를 놓쳐 교통 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조만간 교통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극단적 전망과 함께 교통문제가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안보 완충지..열악한 교통인프라 = 28일 개통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일산-퇴계원.36.3㎞)는 경기북부지역의 첫 고속도로이자 실질적인 첫 동서 순환도로다.
고양-양주-의정부-포천-남양주를 동서로 잇는 39번 국도는 노선이 구불구불하고 구간 체증이 심해 광역교통망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알아 일찌감치 동서 순환도로 확충에 나서긴 했다.
정부가 가평-포천-연천-파주를 잇는 37번 국도 경기북부 구간을 똑바로 펴 왕복 4차로로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37번 국도는 경기북부지역의 중간 지점을 동서로 꿰뚫어 북부의 제1동맥 역할이 기대됐지만 2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도 '아직 공사 중'이다.
총 연장 140.3㎞(11개 구간) 가운데 1999-2007년 파주 3개 구간, 23.5㎞가 개통돼 겨우 전체의 16.7%가 뚫리는데 그쳤다.
교통량에 따라 우선 순위가 정해지는(경제적 타당성) 도로개설 원칙때문에 뒤로, 또 뒤로 밀린 탓이다.
나머지 8개 구간 116.8㎞는 언제 개통될 지 안갯속이다.
경기도 제2청 관계자는 "파주-포천-연천을 잇는 2개 구간이 시급해 중앙 정부에 수 십차례 조기 착공을 건의, 이제 겨우 설계를 끝내긴 했는데 내년 예산 배정이 불투명해 착공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1, 3, 43, 46, 47번 등 주요 국도들도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지만 확장 및 우회도로 개설 또한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국지도 39호선(송추-동두천) 등 고속도-국도-지방도 등을 이어주는 시급한 시.군 연결도로도 대부분 진전이 없거나 신설 계획 뿐이다.
이렇듯 경기북부지역은 안보 완충지→미개발→도로 신설 지연→교통여건 악화→투자 외면→미개발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로 사정이 이러니 버스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망 또한 대부분 엉성하다.
특히 복선전철이 된 경원.중앙선은 조금 나아졌지만 경의.경춘선 등을 포함한 광역철도망은 비싼 요금에 배차 간격이 길어 주민들의 편안한 발이 되지 못했다.
◇ 개발 봇물 '뒷북 인프라 확충'..교통여건 악화 = 경기북부지역에 제대로 된 교통망이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일산신도시 건설이 계기였다.
정부는 자유로 등 4개 서울 연결도로를 만들고 일산선 전철(지축-대화 19.2㎞)을 건설해 3호선에 붙여 입주가 시작된 지 1-3년이 지나 개통했다.
이후 고양.파주 서북부지역에는 화정, 탄현, 중산, 대화, 가좌, 교하 등 크고 작은 택지지구가 잇따라 들어서 무려 10만여 가구가 더 늘어났다.
하지만 광역도로는 물론 전철.철도망도 더 이상 확충되지 않은 채 자유로 등 일산 교통대책망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맡으면서 교통여건은 날로 악화됐다.
경기북부지역은 최근 수년새 파주신도시를 비롯해 양주 옥정, 남양주 별내, 고양 삼송, 포천 군내 등 택지지구 개발이 그야말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5년동안 22 곳, 4천700여만㎡가 택지로 탈바꿈하는데 이는 일산신도시 조성 이후 지난 15년동안 개발된 택지지구 32 곳, 3천700여만㎡보다도 넓다.
또 파주 LCD단지 등 산업단지 10여 곳과 개성공단 가동으로 대북 경제교류의 전초기지로 부상하면서 산업기반도 늘고 있고 고양 킨텍스 지원단지와 한류우드 등 수 천억-수 조원대의 대형 외자유치 개발사업 7-8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선 개발 후 교통대책'이라는 1기 신도시 건설의 문제점이 답습되고 있고 산업단지나 개발사업 때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은 아예 없다.
한국교통연구원 권영종 연구원은 "신도시 건설은 주택가격 안정엔 기여했으나 광역교통시설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오늘날 수도권 교통문제를 심화시켰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기 신도시도 대동소이하다"고 진단했다.
◇ 해결의 열쇠..광역교통망 '선 투자' = 전문가들은 아직은 개발 초.중기인 만큼 물동량 소화까지 포함해 고속도로와 국도, 철도망을 동서 격자로 거미줄처럼 잇는 광역교통망을 만들고 도심 내부망을 완성한 뒤 서울 등 인근 도심으로 이어지는 연결 도로망까지 큰 그림을 그려 철도와 버스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인 대중교통 운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영종 연구원은 "개발 속도가 빨라 현재의 광역권 개념에 지역별 특성에 맞는 중분류 개념으로 나눈 권역별 광역교통계획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경기북부지역 전문가들은 발전 가능성을 감안한 과감한 선투자를 통해 기본적인 격자형 도로망을 이른 시간 내에 갖추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변한다.
선투자 효과와 필요성은 자유로와 연천의 사례를 보면 명확하다.
자유로는 1991년 노태우 정부 당시 남북교류를 위한 특수 목적이 강해 과투자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수해방지와 서울 출근은 물론 파주 LCD단지의 물류까지 감당해 내는 등 15년 이상 서북부지역의 중심 도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반면 연천군은 LCD단지 협력업체들이 인근 파주, 양주 지역에서 공장부지를 찾다 땅값이 비싸 연천으로 옮기려 했지만 열악한 교통여건 때문에 끝내 포기했다.
경기도 제2청 한배수 특별대책지역과장은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나 국토연구원도 해당 지역의 향후 발전가능성 등을 고려한 도로건설 지원방안을 제시하는 추세"라며 "이제 과감한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im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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