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과 대화로 원만한 합의'
다른 원전 계속 가동의 선례 될 듯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설계수명(30년)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사업자와 주민간의 합의로 계속 가동되게 됐다.
국내 원전의 효시인 고리1호기의 계속 가동은 사업자와 지역 주민간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다른 19기 원전의 계속 가동에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고리원전 주변지역 주민대표는 과학기술부가 고리1호기를 앞으로 10년간 계속 가동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협상을 시작해 지금까지 5차례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고리1호기 수명연장 반대 기장군민 대책위원회'는 꿈의 암치료기인 `중입자가속기' 유치 등 지역개발 관련 40개 요구사항을 한수원측에 제시했다.
고리1호기를 10년간 계속 가동할 경우 예상되는 수익이 1천300억원 정도인데 비해 주민들의 요구는 이를 훨씬 초과해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대책위는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했고 한수원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장기적인 과제로 분리해 본격적인 협상을 시도한 끝에 마침내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한수원과 주민간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민대표는 고리1호기 계속가동과 고리3.4호기 출력증강에 동의하고 한수원은 주민들이 제안한 고리원전 주변 지역 개발과 주민복지사업 가운데 1년 이내에 추진할 수 있는 14개 사업에 대해 협력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간 신경전으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수원과 대책위가 생각보다 빨리 계속 가동에 합의한 것은 명분싸움 보다는 실리를 찾으려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수원은 주민들이 실력행사에 나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문가들에 의해 고리1호기의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법적인 절차는 모두 끝났다"면서 "주민들과의 합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지역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재가동 하겠다는 방침 아래 성실한 대화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도 고리1호기를 볼모로 무리한 지역개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해 당장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우선 받아내되 법적인 문제가 있는 요구사항은 장기적인 과제로 넘기기로 한발짝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책위가 한수원에 제시한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려면 5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들은 한수원과 대책위의 합의에 유감의 뜻을 나타내고 독자적인 안전성 검증작업에 나설 태세다.
부산청년환경센터는 "사회적으로 수명연장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이 없었고 안전성 검사에 대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위가 합의했다면 정말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부산청년환경센터 관계자는 "사용기간이 만료된 발전소를 어떻게 투명하게 처리하고 관리할지, 시민사회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문제 등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정부의 안전성 발표 이후 고리1호기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와 한수원, 시민사회단체, 지역대책위가 함께 하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채 한수원과 계속 가동에 합의했다.
환경단체들은 한수원이 과기부에 제출한 고리1호기의 최초보고서와 안전성 검사과정에서 지적된 1천29건의 내용, 현장검증 자료, 국제기구와의 협의내용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다.
반면 한수원은 원전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적용하고 있는 엄격한 규제기준을 통과해 고리1호기를 재가동하게 됐다면서 대내외적으로 원전의 안전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며 한국원자력산업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리1호기 계속 가동은 의미가 있고 특히 2조5천억원에 이르는 원자력발전소 1기 건설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경제적 이득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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