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종로서 `격돌'..지역구 주고받아
청계천 사업때 맑음..대선정국서 흐림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 대통령직을 주고 받게 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당선자 사이에는 `여의도 정치무대'의 주류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년기와 청년기의 척박한 가정환경을 딛고 상고를 졸업해 법조계와 재계에서 자수성가, 최고의 권좌에 오른 인생역정과 이력도 공통분모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는 여의도 현장정치에서는 개인적인 친분을 나눈 인연의 고리는 거의 찾기 힘들다. 비슷한 시기에 의정활동을 했으면서도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13대, 15대 국회의원을, 이 당선자는 14대, 15대 의원을 역임했지만 그 시기는 빗나갔다.
노 대통령은 1988년 부산 동구에서 통일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첫 금배지를 달았지만, 이 당선자가 1992년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초선 의원이 되었을 때, 재선 도전에 실패해 같이 의정 단상에 설 수는 없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는 선거전에 경쟁자로 맞붙었고, 또 의원직을 넘겨받은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은 재선을 향한 길목이었던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로 불리던 서울 종로 지역구에 신한국당과 민주당 후보로 승부를 겨룬 바 있다. 당시 이 당선자가 1위를 했고, 노 대통령은 국민회의 이종찬 후보에 이어 3위 득표를 하며 낙선했다.
그러나 1998년 이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사건에 연루돼 의원직을 내놓았고, 이로 인해 실시된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서 노 대통령이 당선돼 의원직을 넘겨받았다.
결국 여의도로 들어가고 나오는 시점이 엇갈리면서 두 사람은 국회에서 함께 일할 기회를 한번도 갖지 못한 셈이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는 참여정부 들어서 대통령과 서울시장으로서 공식적인 인연을 맺게 된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의 꿈을 키우고 있던 야당 출신 서울시장으로서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정책적 불협화음이 있을 법도 했지만, 재임 기간 청와대와 서울시가 크게 갈등을 빚거나 충돌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때의 최고 치적으로 내세우는 청계천 복원사업 때도 노 대통령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하며 협력적 관계를 유지한 편이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6월4일 국무회의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직접 참석해 청계천 복원계획을 보고하도록 배려했고, 일부 국무위원들의 부정적인 의견개진에도 불구하고 "찬반양론이 있지만 추진이 결정된 만큼 사업성공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할 것"이라며 청계천 복원사업에 중앙정부의 지원을 보탰다.
노 대통령 내외는 2005년 6월1일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 직접 참석해 청계천 복원을 축하했다.
당시 이 시장은 "노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의 뜻을 이해해 주시고 지원을 약속해 주신 것이 성공적 착공을 하는데 큰 힘이 됐다"며 사의를 표했고, 노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고 강력한 의지로 청계천 복원을 추진한 이 시장의 용기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고 서로 덕담을 했다.
특히 이 당선자는 시장 재직시절인 2005년 10월 한 시사주간지 인터뷰에서 "솔직히 노무현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냐 하면 노무현"이라며 노 대통령에게 상대적인 호감을 표시한 바 있다.
당시 이 발언에 대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불쾌감을 표시했고 둘 사이가 소원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 사이는 현직에 재임하는 동안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됐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시장직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고,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돼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되면서 긴장과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올해 연초 신년회견에서 차기 대통령감을 거론하면서 "경제정책으론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를 살린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도, 정치인도 있다"며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내세운 기업인 출신 이 전 시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 전 시장은 "경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대선 경쟁이 가열되던 지난 9월 한나라당으로부터 국정원.국세청을 동원한 여권의 `이명박 죽이기 플랜' 주장이 나오고, `청와대 공작정치'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고 이 후보를 명예훼손 협의로 검찰에 직접 고소하기도 했다.
대선일을 사흘 앞둔 16일 이른바 `이명박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되자 노 대통령이 검찰의 BBK 재수사 검토를 지시하고, 이에 맞서 이 당선자는 `BBK 특검법' 수용 입장을 밝히며 "정권 연장을 위해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비난하며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sg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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