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 일본은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한일 양국 관계에도 발전적 방향의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내 일각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오사카(大阪)에서 출생, 4년 동안 살다가 귀국한 각별한 인연 등을 들어 양국 관계 개선에 남다른 의욕을 보이지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또한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을 표방해 당선됐다는 점에서 경제를 중심으로 양국간의 협력 관계가 강화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역사 문제와 독도 문제 등 언제라도 양국 관계를 근저부터 뒤흔들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이 당선자가 재계 출신답게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며 실용적으로 접근할 경우 새로운 차원의 관계도 내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정계와 언론은 그동안 양국 관계를 경색시켜온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군대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정치적 곤경을 벗어나기위해 국민 관심을 '일본 때리기'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당선자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등을 놓고 대일 강경노선을 견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해 "포퓰리즘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인접 국가와의 관계를 민족주의나 국내 정치와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면서 "앞으로 역사 문제 등에서 갈등이 생길 경우 개별 문제가 한일 관계 전체에 방해가 되지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일본 정부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 햇볕정책에 대해 '퍼주기 정책'이라고 맹비난해왔다는 점에서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상당 부분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북핵 문제를 풀기위한 6자회담 무대에서 사실상 '왕따'를 당하고 있는 상황.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대북 정책에 관한 한 미국과도 불편한 관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차기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을 지양하고 상호주의를 앞세울 경우 일본과는 공조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북핵은 물론 납치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측과 손발을 맞춰 대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한국의 정권 교체로 인해 단기간에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국 사이에는 과거 식민지배 등에서 비롯된 한국인의 대일감정과 그에 따른 일본인들의 혐한 감정이 악화될 소지가 항상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새 정부 등장은 전체적으로는 한일 관계가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 당선자도 "일본이 역사청산에 진지하게 나서면 한일 관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것이 가능하다"며 일본측의 대응 여하에 따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일 관계는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갈등과 마찰의 연속이지만, 경제와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욘사마 붐'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여전히 높은 상태이고,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연간 220만명을 넘어서며 일본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분의 1에 육박할 정도로 양국간 인적 왕래도 많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한국이 한해 대일 무역역조가 300억 달러에 달할 만큼 특히 소재와 부품, 공작기계 등에 대한 한국의 대일 의존도가 높다. 일본에서 들여온 소재와 부품으로 완성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파는 체제가 고착돼 있다.
일본에는 또 재일동포가 44만명에 이르는 특별영주자와 단기체류자를 포함해 70만명에 달하고 있어 이들의 법적 지위 향상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 등을 놓고 볼 때 양국 관계의 개선은 서로의 국익에 무척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여러모로 인연이 있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l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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