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금산분리 완화론에 힘 실릴 듯>

  • 등록 2007.12.20 0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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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연기금 은행 소유론 우선 부각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한동안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던 금산분리 완화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산분리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만만치 않고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도 제기돼 있는 만큼 금산분리 원칙 폐기와 같은 급속한 변화보다 정부기관.연기금의 은행 인수를 허용해주는 식의 단계적인 완화론이 부각되고 있다.

◇ 금산분리 완화론 탄력 =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명박 당선자는 그동안 금산분리 정책을 단계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금산분리란 비금융주력자가 금융기관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4%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원칙으로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예금으로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됐다.

이 당선자는 금산분리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외국자본이 국내은행을 지배하는 역차별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이 당선자는 금융업과 제조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금융업이 생존할 수 있는 대응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금산분리 정책을 전향적인 시각에서 단계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일부 학계 및 고위 금융관료들이 금산분리 완화론을 주장했지만 기존 원칙을 고수하는 현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해 빛을 보지 못했다.

◇ 삼성 비자금 의혹 등 걸림돌 않아 = 그러나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아 급속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금산분리 완화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이다.

삼성그룹은 비자금을 조성해 법조계.정치권.국세청 등에 조직적으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최근 "기업의 책임성 투명성과 관련된 제도가 개선됐지만 실제 운영이 못 쫓아간 부분이 있다"며 "삼성 비자금 문제로 인해 금산분리가 엄격히 유지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부도덕한 산업자본인 재벌이 금융산업까지 장악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등 주요 금융당국의 수장들 역시 금산분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을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

이외에 금융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 및 학계 인사들도 금산분리를 고수해야 한다는 시각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재계와 재벌그룹과 연관이 있는 민간연구소 등에서 금산분리 폐지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세는 금산분리 유지론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 연기금의 은행 소유 탄력 받을 듯 = 금융가는 금산분리 원칙이 희석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면서도 정부기관 및 연기금의 은행 소유 가능성에 대해 우선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 당선자 역시 '금산분리의 단계적 재검토'를 주장해왔다.

이 경우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정부기관 및 연기금의 은행 소유 가능성이다.

산업자본에 당장 은행을 소유하게 할 수는 없지만 금융자본의 범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정부기관 및 각종 연기금, 사모펀드(PEF) 등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 변화가 적용될 경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우리은행.기업은행 지분 매각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금산분리 원칙은 지키되 금융자본의 범위를 신축적으로 해석해 국내자본이 매각대상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로써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기관 및 연기금에 대해 은행 소유를 허용함으로써 금산분리를 일부 완화하고 이후 여론 추이를 반영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저울질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재벌에 특혜를 줄 수 있는 입장 변화인 만큼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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