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제17대 대선 遺憾

  • 등록 2007.12.19 1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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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제17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는 이제 유권자의 최종 선택만 남았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22일에 걸친 선거운동기간 내내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거리마다 요란한 현수막을 내걸고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목이 터지도록 외치고 손이 붓도록 악수공세를 펴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매스컴에 대대적 광고를 내고 대통령후보 TV토론회에도 나가 열띤 말싸움을 벌였다. 이 모두가 그럴싸한 정치적 구상과 비전으로 `한 표'를 국민에게 호소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정책 대결 실종이 문제다. 대선은 각 후보가 5년 동안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정책에 대해 유권자가 판정을 내리는 정치 과정이다. 이번 선거는 그러나 상대방 후보를 비방.중상하는 네거티브로 시작해 네거티브로 끝났다. 실천 가능한 공약들을 내놓고 경쟁하는 매니페스토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주선으로 대선 주자들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을 갖기도 했지만 말짱 헛구호에 그쳤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독주가 장기간 지속된 탓으로 다른 후보들이 `이 후보를 어떻게든 끌어내리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절박감에 휩싸이다 보니 BBK 사건에 `모두 걸기(올인)'한 꼴이 됐다. 후보의 도덕성 검증도 중요하나 거기에만 함몰돼 다른 모든 것은 무시해도 된다는 논리는 곤란하다. 사정이야 어떻든 정치권은 정치 수준을 한 발짝 더 퇴보시켰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이제 `한 방'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한다.



선거가 네거티브에만 흘러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 내지 혐오를 한껏 키운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정치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도 많다고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가 온전할 리 없다. 이념이나 정강은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이 저마다 대통령 하겠다고 나와서 상대방 헐뜯기와 흑색선전에 열을 올리고 막판까지도 연대니 뭐니 하고 떠들어대니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탄식이 새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선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은 순전히 정치권의 책임이다.



선거 관련 법제도 미흡한 구석이 많이 드러났다. 당내 경선 불복을 봉쇄했더니 이번에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경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탈당해 출마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정치 질서를 어지럽히는 얍삽한 잔재주는 근절돼야 한다. 주요 후보라고 간추린 게 6명이나 돼 토론다운 토론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TV 토론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를 정돈하는 작업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이 혼탁해진 가장 큰 이유는 내년 4월로 임박한 총선에서 찾을 수 있다. 오죽하면 `대선은 예선이고 총선이 본선'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겠는가. 선거직의 임기 조정이나 대통령 중임제 개헌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다만 돈 안 쓰는 선거 풍토가 자리를 잡아 가는 것은 우리 정치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희망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대선에서의 위법행위가 제16대 때의 4분의 1로 확 준 것이 그 증거다. 망국병으로 일컬어지는 지역주의가 완화될 기미를 보인 것도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정치권은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부정적인 측면들을 개선하고 긍정적인 측면은 더욱 발전시켜 내년 총선에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 정치'를 일구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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