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입국사무소 화재.고흥 소록도 연도교 붕괴
(전남=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여수 출입국사무소 화재, 외국인 노동자 10명 사망 17명 부상..고흥 소록도 연도교 붕괴 5명 사망..."
2007년 전남은 새해의 부푼 희망과 설렘이 채 차오르기도 전에 대형 참사로 한해가 시작됐다.
2월11일 새벽, 전남 여수시 화장동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관리시설에 수용된 외국인 10명은 쇠창살 안에 갇힌 채 화마(火魔)에 목숨을 잃었다.
이주노동자였던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붙잡혀 본국 송환을 기다리던 중 차가운 주검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두 달여 뒤인 4월5일 오후에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연도교 공사 현장의 육지 구간인 우체국-소록도 터널 사이 교량 상판이 무너져 인부 5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은 교량 상판을 지지하는 금속 구조물의 설계와 시공상 잘못으로 밝혀져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안전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바로 보여준 사고였다.
이들 두 사건은 외국인 보호시설에 대한 당국의 무관심과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의식 부재가 부른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허술한 관리..예견된 참사
여수 출입국사무소 화재는 중국인 김모(39.화재당시 사망)씨의 방화로 일어났다.
3층 보호실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보호실 전체를 뒤덮었으나 2층에서 근무중이던 당직자가 보호실 쇠창살 열쇠를 두고 가는 바람에 수용자들이 빨리 대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컸다.
화재 당시 3층 감시실에는 직원이 근무하도록 돼 있지만 경비용역업체 직원만 근무하고 있었고 상황실장도 1층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긴급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40 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직원들이 화재에 늑장 대처해 10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열쇠로 열어주지 않으면 꼼짝할 수 없는 '감옥'같은 보호시설에는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지 않아 대형 참사는 이미 예고됐었다.
특히 반입이 금지된 라이터로 불이 난 것으로 밝혀져 수용자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근무수칙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여수사무소 직원 3명을 구속했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외국인 보호시설은 '안전.인권 사각지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2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문제와 관련, 두 차례나 권고를 받았는데도 시정되지 않아 인권유린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용자들은 폐쇄된 건물에서 하루 30분 허용된 운동을 위해 밖에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보호방안에 갇혀있어야 했다.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서 반 감금상태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데다 화재 당시에도 빠져 나갈 곳이 없어 인명피해가 컸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외국인 수용자의 방화로 최종 결론지었지만 직접적인 방화 증거는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뒤늦은 대책
정부는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이후 외국인보호시설은 물론 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에 화재진압용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외국인보호시설을 우선적으로 설치하고 예산 등을 고려, 교도소와 구치소 등에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현행 소방시설설치법은 바닥면적이 1천㎡ 이상이면서 4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매일 1차례 수용자의 물품을 검색하고 경비.경호체계를 개선하고 화재 등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고흥 연도교 공사현장 붕괴
▲와르르 무너진 연도교
4월5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소록도 연도교 공사 현장에서 교량 상판이 힘없이 붕괴됐다.
콘크리트 타설을 한 지 불과 20 여분 만에 다리를 받쳐주던 금속 지지대가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진 것.
다리 위에서 타설 작업을 하던 인부 12명이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와 철근과 함께 22m 아래로 추락해 매몰돼 5명이 숨지고 7명은 극적으로 구조됐다.
소록도와 금산 거금도를 잇는 이 다리는 유배지와 같은 소록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로 한센인에게는 '편견의 벽'을 넘는 희망의 다리였다.
지난 추석 고흥 녹동항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가 임시개통되기도 했지만 2010년이 되어야 소록도-거금도 연도교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의식 부재가 부른 `인재'
사고가 난 교량 상판은 길이 25m, 폭 10m로 콘크리트 500㎟를 타설한 뒤 붕괴됐다.
조사결과 지반 위에 연도교를 떠받치는 금속 지지대를 설치하고 상판을 임시로 지지하는 금속 파이프 구조물의 연결부위에 고정 핀이 일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금속 파이프 구조물인 '시스템 동바리'의 설계시 실제 교각 상판의 높이가 14m에 달했지만 동바리를 설치할 때는 다른 지점의 높이인 7.7m를 적용했으며 이마저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교량 붕괴사고가 금속구조물 설계와 시공상 잘못인 것으로 보고 시공사인 현대건설 현장사무소장 등 12명을 사법처리했다.
특히 연도교 공사의 사고 구간 하도급이 저가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하도급 심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공사 발주처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바로잡지 않아 문제가 됐다.
결국 기본적인 시공 설계와 안전관리지침만 철저히 지켜졌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 감독관청과 시공사, 하도급업체 등이 만든 총체적 부실이 빚은 참사로 기록됐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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