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뭄에 처한 은행> ①무엇이 문제인가

  • 등록 2007.12.14 0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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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과잉유동성에도 은행권에 돈 줄 말라

자금쏠림에 글로벌 신용경색까지 겹쳐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시중유동성이 2천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정작 은행들은 `돈가뭄'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각 경제주체의 자금수요가 연말에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은행의 자금난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상품으로의 예금이탈이 계속되는 데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외화차입 여건도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은 대출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를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투자은행(IB)이 아닌 상업은행이 자사 신용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금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없이 은행채와 CD 발행에 의존하면서 시중유동성만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 발단은 자금쏠림 = 은행권 자금난의 배경에는 은행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깔려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초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1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주식형펀드는 하루 평균 1천억원 이상을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지난해말 129조원대에서 8월말 115조원대로 급감했고 연 6%대 금리를 내세운 특판 정기예금도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올해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대출재원이 되는 `실탄'은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경우 10월말 기준 원화대출금이 149조5천886억원으로 총수신(147조9천778억원)을 앞지르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은행채나 CD 등 시장성수신이 은행권 총수신의 약 3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순수한 예금만으로 대출재원을 조달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은행채나 CD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글로벌 신용경색에 `달러가뭄' = 국내에서 원화 조달이 어렵다면 해외로부터 달러라도 조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여의치 않다.

8월에 이어 11월 다시 부각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우려로 글로벌 자금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외화를 조달하기 위한 해외채권 발행은 사실상 중단됐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로 국제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4개월 이전에 비해 대표적인 기준금리인 리보(LIBOR)금리는 1.0%포인트나 급등하면서 9년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가산금리도 2배 이상 높아졌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 차입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다 어려워졌고, 외국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모두 이전보다 어려워졌는데 국내 금융기관만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며 대외적인 여파가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정책당국이 외화 유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외국계은행 서울지점의 본점 외화차입을 규제하면서 외화자금난은 더욱 심화됐다.

이처럼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난달 외화예금 잔액은 9년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해외채권 발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외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외화예금을 직접 인출하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바싹 마르고 있는 느낌"이라며 "기본적으로 `머니무브'라는 국내적인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신용경색까지 겹치면서 자금시장이 사실상 공황상태"라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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