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태왕사신기' 수지니 역으로 깜짝 스타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연예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MBC TV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수지니 역을 맡은 이지아(26)다.
그는 연기 경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총 제작비가 600억 원에 달하는 대작 드라마의 여주인공 역을 단번에 꿰찼다. 기라성 같은 연기자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호연을 펼쳐 연기에서도 기대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상큼한 외모를 앞세워 드라마가 종영하기도 전에 롯데제과 애니타임, LG생활건강 화장품 이자녹스 등 굵직한 CF를 여러 개 따내는 등 드라마 만큼이나 높은 관심을 모았다.
1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이지아는 "아직 카메라가 무섭다"면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한 채 수줍어했다. 드라마 속에서 '욘사마' 배용준의 팔짱을 덥석 끼며 익살 부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실제로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수지니보다 덜 씩씩한 셈이죠. 하지만 솔직하고 장난스러운 성격은 수지니와 많이 닮았습니다. 극중에서 상대를 툭툭 치고 장난을 걸며 말하는 모습은 실제로 제가 평소에 자주하는 행동이에요."
그는 드라마에서 광개토대왕 담덕(배용준)을 따르며 충성과 사랑을 바치는 수지니 역으로 주목받았다. 사신(四神) 중의 하나인 주작의 현신으로 등장한 그는 미묘한 감정이 얽힌 멜로는 물론 남자들도 소화하기 힘든 과감한 액션까지 멋지게 소화했다. 덕분에 '하룻밤' 사이에 스타덤에 올랐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죠. 촬영 내내 지방을 돌아다녔고 촬영 후에는 인터뷰에 광고 촬영 일정을 소화하느라 일반인의 반응은 아직 제대로 접하지 못했어요. 다만 부모님 등 주변 분들은 '네가 그런 일을 해낼 줄은 몰랐다'며 놀라는 반응을 보이셨죠."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이후 그곳에서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을 다니던 중 지인의 소개로 '태왕사신기'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에요. 문득 배우가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의 눈과 행동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김종학 PD에게 처음 인사를 한 후 30여 차례나 더 만난 끝에 캐스팅이 확정됐다. 대본 리딩 등 철저한 테스트를 거친 결과였다.
"너무나 기뻐서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나중에 변경될까봐 두려웠던 거죠. 제게 과분한 자리였지만 감독님께서는 '배짱과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캐스팅과 동시에 발성, 연기, 캐릭터 분석, 승마, 액션 등 연기자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평소 소곤거리듯이 말하는 그는 드라마 배역을 위해 큰 목소리에 씩씩한 말투를 익혔고 걸음걸이도 바꿨다.
"처음에는 말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말을 타는 게 무척 좋아요. 극중에서도 정말 위험한 장면 외에는 제가 직접 다 소화했어요. 전속력으로 말을 달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직접 해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에서 시종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선머슴 같은 이미지로 출연한다. 하얀 피부를 감추기 위해 어두운 톤으로 피부 화장을 할 정도였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배우로서는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밥을 먹고 나면 입 주위가 하얗게 되요. 검게 화장한 얼굴에서 입 주위만 화장이 지워져 티가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 그런 발랄한 수지니 역이 무척 좋았어요."
제대로 된 멜로 장면도 없었다.
"수지니가 키스를 하는 게 상상이 되시나요. 그런 장면이 없었지만 결코 아쉽지 않습니다. 수지니가 담덕을 떠나면서 담덕의 갑옷을 입혀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하나로 드라마의 멜로는 충분히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그 대목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해요."
촬영 도중 큰 부상의 위험을 겪기도 했다. 달리는 말을 피하지 못해 말의 앞발에 왼종아리가 차였다.
"상대 배우와 대화를 나누다가 말들이 달려 올 때 제가 몸을 빼야 했는데 미처 피하지 못했어요. 앞발에 차인 왼종아리가 퉁퉁 부었습니다. 잘못하면 크게 다칠 뻔했죠."
그에게는 연기와 부상 위험 외에 넘어야 할 산이 또 있었다. 상대 배역인 배용준이다. 아시아 최고 스타와 어깨를 겨루며 주눅 들지 않고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많은 것이 부족했어요. 경험이 크게 모자랐죠. 반면 배용준 선배님은 높은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부분까지 챙기셨죠. 그런 모습을 보며 참 프로답다고 느꼈습니다. 제게도 연기 지도 등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아울러 그는 드라마를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의 하나로 '추운 날씨'를 꼽은 후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선배들의 조언을 듣다가 스스로 혼돈이 생겼다"면서 "그 조언들을 내가 빨리 흡수하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연기의 폭이 넓고 깊다는 이유로 케이트 블란쳇을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첫손에 꼽은 그는 "'태왕사신기'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며 "훌륭한 선배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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