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소설ㆍ북한문학 등 총 4권.."한국판 노튼 앤솔로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시, 소설, 북한문학까지 20세기 한국문학 전체를 아우르는 문학선집이 최초로 출간됐다.
문학과지성사(대표 채호기)가 밀레니엄을 눈앞에 둔 1999년 기획해 만 8년의 작업 끝에 내놓은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선집은 지난 100년 동안 축적된 방대한 한국문학을 시, 소설 1, 소설 2, 북한문학 등 총 4권, 6천장의 분량으로 집약한 역작으로 20세기 한국문학을 조망하는 교과서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11명의 편집위원과 104명의 국문학자 등 한국문학 권위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최남수, 이광수에서부터 1990년대 중반 등단한 이장욱, 김영하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 동안 한국문학을 수놓은 작가 351명의 대표작 900여 편을 엮었다.
각 장르는 현대시와 소설의 태동기인 1900-1929년, 일제 탄압기인 1930-1944년, 해방과 동족상잔의 격변기인 1945-1959년, 현대성이 작품 속에 본격적으로 구현된 1960-1979년, 사회비판과 이념 지향이 절정에 달하다가 대중문화의 시대로 급격히 진입한 1980년대 이후 등 5개의 시기로 나눠 조망했다.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시'편에는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최남선부터 이장욱에 이르기까지 시인 166명의 시 679편을 담았다.
각 시인 별로 시 4편씩을 싣되, 한용운, 김소월, 정지용, 이상, 서정주 등 대표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의 경우 예외적으로 7편씩 수록했다.
조남현, 홍정선, 우찬제, 김미현이 편집을 맡은 소설편에는 이광수의 '무정'부터 김영하의 '비상구'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간 문단에 의미 있는 족적은 남긴 89명의 소설가를 수록했다.
대다수의 소설가들의 경우 대표작 1편 만을 수록했지만 한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이광수, 염상섭, 채만식, 이상, 박태원, 김동리, 황순원, 최인훈, 이청준 등 9명의 소설가는 2편의 작품을 실었다.
장편 소설의 경우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을 발췌해 실었으며, '신소설'은 고전소설과 현대소설의 과도기적 상태에 있다는 판단 아래 수록하지 않았다.
신형기, 오성호, 이선미 등 3인의 북한문학 전문가가 엮은 북한문학 편은 남한에서 발간된 최초의 북한 시ㆍ소설 선집으로도 의미가 깊다.
북한 시인 70명의 대표시 150편과 북한 작가 26명의 대표 소설 30편을 묶어 북한문학의 흐름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게 했으며, 북한 스스로 인정하는 작품 뿐 아니라 각 시대의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정했다.
3일 저녁 태평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편 편집자로 참여한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우리 문학은 영미 문학의 고전을 집약해 놓은 '노튼 앤솔로지(The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처럼 작가와 독자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집이 없었다"면서 "이 책은 한국판 '노튼 앤솔로지'라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역시 시편 편집자 이광호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어떤 작가를 고르느냐를 두고 많은 고심을 했다"면서 "1970년대 활동한 작가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평가가 완료돼 의견을 모으기 쉬웠으나 1980년대 이후의 현역 작가의 경우 편집 위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작가 선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또한 "작가를 정했더라도 그 작가의 대표작을 무엇으로 선정할 것인가도 어려운 문제였다"면서 "생존 작가의 경우 본인에게 대표작을 물어봤고, 작고한 작가는 유족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원칙에 따라 최인훈의 경우 작가의 완강한 주장에 의해 '광장'이 빠졌고, 황순원의 '소나기' 역시 "다른 좋은 작품을 묻혀버리게 한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실리지 않았다.
출판사측은 편집과 제작 기간이 길다보니 선집 목록이 확정된 2003년 이후 작고한 작가들도 시인 이형기, 김춘수, 오규원, 김영태, 소설가 서기원, 하근찬 등 1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상(李箱)은 시, 소설 두 장르에서 동시에 수록됐고, 남ㆍ북한 문단 양쪽 모두에서 인정받은 백석과 이용악, 임화, 이기영, 한설야, 이태준 등 6명은 북한문학 편에도 동시에 실렸다.
가족이 함께 수록된 경우도 적지 않다. 김동리와 서영은, 남진우와 신경숙, 김기택과 이진명은 부부의 작품이 동시에 실렸다. 부자지간인 황순원과 황동규, 형제인 김원일과 김원우, 장인과 사위 관계인 김달진과 최동호도 동시에 수록돼 '가문의 영광'을 달성했다.
수록된 작가들의 남녀 비율은 남성 작가 308명(87.75%), 여성 작가 43명(12.25%)으로 남성 작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채호기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흩어져 있는 한국문학의 자산을 모으기 위해 기획된 작업"이라면서 "한국문학에 관심있고, 한국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사전(辭典)'처럼 늘 곁에 두고 펼쳐볼 수 있는 책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3년쯤 후면 3천부씩 찍은 시와 소설편, 2천부 찍은 북한문학편의 재판을 찍을 수 있으리라 본다"면서 "재판을 찍을 때마다 드러난 문제를 수정하고 보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 6만원, 소설 1 ㆍ소설 2 각 4만원, 북한문학 6만원.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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