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전땐 세무조사"…청산 어려움에 야반도주 다반사
(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의 사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가장 큰 현안은 이전 또는 청산이 됐다.
하지만 중국에서 절차의 어려움으로 끊임없이 '비정상적인 청산'이 발생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청산이란 공장 설비를 남겨두고 몸만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른바 야반도주다.
중국 정부는 고도성장의 혜택을 빈곤계층으로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의 4세대 지도부가 추구하는 조화사회 건설은 빈부격차 해소를 통해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근로자의 가파른 임금을 용인하거나 부추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9월 도시지역 근로자들이 수령한 평균임금은 1만6천675위안(200만1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8% 늘었다.
이중 국영기업 근로자 임금이 1만7천819위안으로 20.8%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기타 경제단위는 1만6천145위안으로 15.6%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집체경제단위는 9천996위안으로 18% 증가했다.
임금이 20% 내외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사회보험료 부담을 감안하면 인건비 부담은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현지 업계의 견해다.
또 새로운 노동계약법이 내년부터 발효돼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도 자유롭지 않게 되고 봉제, 완구, 악세서리 등 한국업체들이 집중돼 있는 노동집약형 업종에 대해서는 각종 제약이 잇따를 전망이다.
중국의 동부연안에서 이런 한계 업종이 더이상 생존하기는 불가능해졌다. 향후 몇년간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임금 수준이 아직 낮은 중서부로 이전하거나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하지가 않다.
KOTRA 상하이 무역관의 해외진출지원센터에 들어온 최근 상담사례를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 장쑤(江蘇)성 소재 A사는 저장(浙江)성 소재 B사와 합병을 통해 본점 이전을 계획했으나 현지 세무국과의 마찰로 공장 이전을 철회해야 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황푸(黃浦)구의 C사는 푸동(浦東)으로 이전했지만 신청에서 실제 이전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 회사는 해당 분기 기존 소재지에 미리 납부한 법인세를 반납받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 그래도 이 회사는 상하이 시내에서 이전하는 경우여서 그나마 가능했다.
중국내 한국기업들이 철수나 이전을 하려할 경우 맞닥뜨리는 문제는 먼저 우대조치 취소로 인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업소득세 감면, 저가의 토지 양도 외에도 개발구에서 편법으로 제공한 각종 우대정책이 공장 이전시에 취소되면서 비용이 발생한다.
예컨대 기업소득세의 경우 외국기업은 '2면3감'(이익발생 후 소득세를 2년간 면제, 3년간 감면)의 혜택을 받고 있으나 10년 경영기한을 채우지 않을 경우 우대받은 해당 지방세를 다시 토해내야 한다.
이밖에도 세금, 노동보험, 사회보험 등 납부와 관련해 현지 세무국, 사회노동보장국과 씨름해야 한다.
또 번잡한 수속과 예측 불허의 비준기간도 발목을 잡는다.
투자진출시 일사불란한 원스톱 서비스와는 달리 이전 수속을 위해서는 기존 등록지 심사허가 부처에서 일일이 변경 등록을 받아야 한다.
수속 기간이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2년 가까이 걸려 분초를 다투는 기업 입장에서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지역 이기주의도 작용한다. 해당 개발구 입장에서 일자리와 재정수입 감소 등으로 기업이전을 꺼리기 마련이다.
규정에 따라 모든 수속을 밟아도 세무조사를 나온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도 있으며 세무조사 과정에서 문제라도 생기면 이전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할 경우 기업 이전보다는 공장 매각, 청산 등의 방법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실례로 쑤저우(蘇州) 소재 F사는 공장을 칭다오(靑島)로 이전하려고 했으나 현지 정부가 입주시 제공했던 저렴한 토지 등 여러가지 우대조치를 이유로 잔류를 요청해 쑤저우 공장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처리했다.
중국 진출 기업 가운데 비정상적인 청산이 늘고 있는 것은 경영 환경 악화요인과 함께 이전, 청산이 어려운 것도 한 몫하고 있다.
KOTRA 상하이무역관의 김윤희 과장은 "급변하는 중국 환경을 감안할 때 중국으로의 진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전, 철수, 청산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jb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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