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은 2020년 시작해 2050년까지 20% 감축 권고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50%를 줄여야 한다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개발계획은 27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07/2008 인간개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만약 세계 각국이 일부 선진국 수준으로 탄소를 계속 배출한다면 이를 흡수하고 기후변화의 위험을 피하는데 9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의 투쟁 : 분립된 세계속 인간연대'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보고서는 선진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의 30%, 2050년까지 80%를 줄여야 한다는 권고했다.
보고서는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세금과 한층 엄격한 탄소총량거래프로그램 시행, 저탄소 기술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기 위한 재정 마련 등을 요구했다.
선진국들은 또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12년부터 2050년 사이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개도국에 동일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개도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이르는 2020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해 2050년까지 20%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부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소요되는 연간 평균비용은 세계 전체 GDP의 1.6% 가량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기근과 홍수, 폭풍 등 자연재해가 범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는 더이상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세계의 기온은 산업화 시대의 출범 이후 섭씨 0.7도 상승했다. 2000∼2004년 사이 기상재난 피해를 입은 인구는 매년 2억6천200만명에 달하며 이들 중 98%는 개발도상국의 주민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충격파를 피해나가기 위한 '기회의 창'은 닫혀지고 있고 인류공동체가 이런 재앙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잔여 기간은 10년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속하고도 강력히 결집된 실행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3∼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 회의는 교토의정서의 후속 대책으로 국제사회의 새로운 온실가스 규제방안 등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보고서는 대부분의 선진국, 특히 OECD 국가들이 교토의정서가 권고한 온실가스 축소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고, 방출량을 줄이기 위한 궤도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의무방기로 인해 저개발국가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이 없는 데도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에서는 2000∼2004년 사이 19명 중 1명이 기후와 관련된 재난 피해를 입은 반면 선진국에서는 1천50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개도국들을 위해 국제사회 차원에서 새로운 저탄소 기술개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고 기술 이전에 협력해 나갈 것을 제안하면서 이들 개도국이 빈곤퇴치와 동시에 기후변화에 적응해나갈 것을 권고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극심한 사하라 이남 아프라카 국가들에게는 기상을 감시하는 네트워크를 확대해 농부들이 정확한 기후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탄자니아 등의 경우 연중 수주일에 걸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저수지 시설을 확장하는 투자가 필요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으로부터 농민과 도시빈민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요구된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또 이들 국가에게 조기경보 체제 구축에 투자하도록 권장하면서 모잠비크가 2000년에 홍수 조기경보를 내렸던 사례를 본보기로 들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 이미 기후변화의 피해를 입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개발과 빈곤퇴치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강우량과 기온, 물의 수급 등의 변화로 인해 곡물 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피지, 키리바시, 사모아, 바누아투 등 남태평양 섬국가들은 연간 기후변화 피해가 GDP(국내총생산)의 2∼34%에 이를 정도로 막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됐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산업국들이 에너지원으로 석탄 사용을 늘려가는 추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저탄소기술의 이전을 위한 자금조달에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보고서는 권고했다.
◇중남미 = 중남미에서의 기후변화는 극심한 빈곤과 기상재난을 관리할 능력 부족으로 인간개발을 가로 막고 심지어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아이티, 온두라스, 볼리비아, 페루, 니카라과 등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의 주민 4천500만명은 전기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국민에게 탄소배출량 감소를 기대할 수는 없고 대신 국제사회가 협력해 저탄소 기술을 이전해줌으로써 청정에너지원으로부터 생산된 전기 등 기본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아마존 지역의 산림파괴가 지구적 차원에서 탄소배출의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탄소배출량 중 5분의 1이 삼림의 잠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와 시민단체가 2004년부터 삼림파괴를 규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은 긍정적 성취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브라질의 마토 그로소주(州)의 삼림파괴율은 2005∼2006년 40% 가량 감소했다.
◇러시아와 중동부 유럽 = 세계 3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러시아는 2004년에 교도의정서를 비준했다. 당시 러시아의 탄소배출량은 1990년에 비해 32% 감소한 것이었다. 체제변화에 따른 경기후퇴의 골이 깊었던 탓이다.
체제변환 국가들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에너지 개혁을 통해 새로운 유인책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아랍권 =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 국가들은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고 농업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섭씨 1.2도의 기온상승이 증발작용 등으로 인해 15%의 수량 감소를 가져온다. 모로코와 시리아 등에서도 기온상승에 따른 수량감소 현상은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집트 남부에서는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600만명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며 4천500㎢의 농지가 물에 잠기게 된다.
전체적으로 아랍권 국가들의 탄소배출량은 미국이나 중국 등 10대 배출국가에 비해서 적은 편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2004년에 3억820만t(1990년 대비 21% 증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세계 20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떠올랐다.
fre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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