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부회장 등 `거물급' 출금…계좌추적ㆍ압수수색 병행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떡값' 제공 의혹 수사에 나선 검찰이 수사 첫 신호탄으로 삼성 고위 임원인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을 출국금지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이번 수사를 통해 `구겨진 자존심'을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임채진 검찰총장과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또 송광수 전 총장과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국가청렴위원장) 등 현ㆍ전직 검찰 최고위급 수뇌부가 김 변호사가 거론한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에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처음부터 `특단의 수사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 한 시민단체나 국민이 수사 결과에도 의구심을 보일 것이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위해 총장과 중수부장의 지휘나 간섭을 받지 않고 수사상황 보고 체계에서도 아예 배제시킨 특수본부를 구성했음에도 정치권이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제를 통과시킨 것도 검찰의 처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특검에 모든 수사 기록을 넘기고 특검을 통해 의혹이 낱낱이 파헤쳐진다면 이번 사건은 영원히 `검찰의 오욕'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도 검찰의 첫 보폭을 크게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 `전광석화'처럼 시작된 비자금 수사 = 특수본부(본부장 박한철 검사장)는 김수남 차장검사를 중간 지휘자로 강찬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지익상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 김강욱 대검 중수2과장 등 3명을 팀장으로 우선 인선했다.
이어 지난 주말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의혹' 수사를 맡았던 이원석(27기) 검사와 윤석렬(연수원23기)ㆍ이원곤(24기)ㆍ윤대진(25기)ㆍ박찬호(26기)ㆍ조재빈(29기)ㆍ이경훈(23기)ㆍ이주형(31기 ) 검사 등 특수부나 금융분야 수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검사들을 수사팀에 합류시켰다.
시민단체도 `드림팀'으로 인정하는 특수본부의 수사진은 26일 출근하자 마자 수사 개시의 첫 신호탄으로 삼성 거물급 인사를 포함해 8~9명을 대거 출국금지한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검찰에 고발장을 낸 지 20일만이고, 공교롭게도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떡값 검사' 명단에 포함시켰던 임채진 검찰총장이 취임한 날이기도 하다.
박 본부장은 이날 출금 사실을 밝히면서 "수사에 꼭 필요한 사람에 대해 출금 조치를 취했다.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출금 조치를) 하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미뤄볼 때 검찰이 이들 출금자 일부에 대해 이미 수사상 필요한 일정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출입국관리법도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부적당하고 인정되는 자'만 출금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검찰이 향후 수사시 관계자들의 해외도피 가능성 등에 대비해 출금 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로 일정 부분 혐의를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참고인ㆍ고발인 조사 본격 진행 = 검찰은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최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한철 특수본부장은 "아직 고발인에게 정식으로 출석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이번주 중에 나와 신속히 조사에 응해주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통상의 고발 사건에서는 고발인 조사를 먼저 진행해 사건을 파악한 뒤 피고발인 및 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김 변호사가 사실상 모든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는 핵심 관계자라는 점에서 고발인 조사에 앞서 참고인 조사부터 하게 되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도 연출될 전망이다.
박 본부장은 이와 관련, "조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고발인보다는 김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그가 내용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의 수사 협조가 급선무"라고 `참고인 우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검사가 김 변호사와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김 변호사나 참여연대 등 고발인측이 검찰의 수사 방침이나 노력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수사본부 향후 과제는 = 특수본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크게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로비 의혹과 이른바 `떡값 검사'로 불리는 로비 대상 검사들의 존재 여부다.
이밖에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수 차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현재까지 제기한 의혹도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박 본부장은 밝혔다.
검찰은 비자금ㆍ로비ㆍ경영권 승계 등 `3갈래' 의혹 가운데 우선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수단을 통해 구체적인 자료가 입수되는 사안부터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압수수색한다면 그야말로 과잉 압수수색했다는 비난받지 않도록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 하고 압수수색을 했더라도 수사 진행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돌려주고 철저히 법과 원칙에 의해 하겠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의 경우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와 조율 중이며, 김 변호사와 고발인측이 주장한 `증거조작' 등의 문제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더 검토할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특검법이 시행되려면 적어도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필요한 부분을 수사하고 특검 발족과 동시에 그 때까지 모든 사항 정리해서 인계할 방침"이라고 밝혀 주어진 기간에 매우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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