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경색..경제 불안 가중>

  • 등록 2007.11.23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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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차입비상..외평채금리 급등



(서울=연합뉴스) 재경팀= 주식시장이 7일째 급락하고 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등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들면서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현실화되고 앤캐리 트레이드가 재연되면서 국내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는 국제시장의 출렁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영향으로 국내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간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안정성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출 감소와 내수위축 등으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 주가급락..외평채 가산금리 급등

23일 오후 1시5분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1,754.98로 지난 10월31일 2,064에서 300포인트 정도 추락한 상태다.

최근 주식 시장의 급랭은 외국인 이탈에 따른 것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래소에서 지난 8일 이후 이날까지 무려 12일째 '팔자'에 나서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이 판 주식만 5조5천282억원어치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국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유입됐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적 신용경색과 금융불안은 우리 정부와 은행,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지장을 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2014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금리는 미국의 국채금리보다 103bp(1.03%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가산금리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인 7월초 62bp와 비교해 41bp나 급등한 것으로 이 채권이 2004년 발행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2025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도 130bp까지 올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2013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도 연초보다 60bp 이상 뛴 125bp에 이르고 있다.

아울러 국내 채권 발행자의 부도위험 정도를 반영하는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도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해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5년만기 CDS 프리미엄은 21일 현재 56bp로 서브프라임 1차 충격이 있었던 7월말 기록한 기존 최고치 40bp를 넘어섰다.

우리은행의 5년만기 CDS 프리미엄도 지난 19일 기준 100bp까지 폭등한 상태다. 이는 7월초 16bp보다 84bp나 높은 수준이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5년만기 CDS 프리미엄도 각각 66bp와 64bp로 7월초에 비해 51bp, 48bp씩 올랐다.

이러한 CDS 프리미엄 상승은 신용경색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라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보유중인 채권을 팔고 국채를 매입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채권발행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산업은행이나 국민은행의 해외 달러 기채가 미뤄지는 등 시중은행의 연말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930원대로 올라서자 외화예금을 원화예금으로 바꾸려는 고객들이 늘면서 외화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손실을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 달러를 송금하고 있어 달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변동성 커졌으나 우려 상황 아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크게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국제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출렁임일 뿐이지 유독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허경욱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최근 G-20 국제회의를 다녀왔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해 세계적으로 터뷸런스(Turbulence.소란.혼란)나 리프라이싱(repricing.가격재조정)이라는 단어로 진단하지 어느 누구도 크라이시스(crisis.위기)라고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출렁임이지 향후 경제운용에 타격을 줄만한 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경부는 국제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를 봐도 시장불안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신흥국들의 외화채권 가산금리를 평균치로 나타내는 지수 EMBI는 21일 기준으로 259를 기록, 지난 10월말의 186에 비해 39.2% 상승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2014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가 10월말에 비해 41% 가량 올라있는 것과 비교할 때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는 수준이다.

선진국들의 주가변동성을 나타내는 시카고변동성지수(VIX. Volatility Index)도 10월말 18.53이던 것이 21일 26.84로 올라 주식시장은 선진국이나 개도국 할 것 없이 이번 출렁거림의 영향을 비슷하게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짧은 기간에 급속히 빠지면서 그 요인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지목하고 있으나 국제시장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올해 초 우리나라 주가지수가 1천400포인트에서 최근 1천800포인트로 30% 가량 오른 것"이라면서 "세계 시장의 급변동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900선이 깨질 것을 우려해 산업계가 정부 개입을 요청하던 것이 불과 몇주 전인데 지금 930선에 온 것을 두고 환율 때문에 아우성을 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고는 말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 꼭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겠지만 위기라고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은행권의 시행 연기 요구에도 불구하고 외은 지점의 차입이자에 대한 손금인정 한도를 현행 자본금의 6배에서 3배로 축소하는 정책을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품귀현상과 무관한 조치"라며 "외환위기 이후 달러가 필요했던 당시에 6배로 늘려준 것으로 다른 업종과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외국계 은행 본점도 달러를 조달하기 어렵다는데 차입이자 손금인정 한도 축소를 연기한다고 해서 지점의 달러 수급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손금인정 한도를 축소하면 국내 달러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내년 상반기까지 불안 지속

민간경제연구소의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금융시장 불안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런 흐름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경기를 비롯한 세계경기의 둔화로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고 증권시장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한국의 실물경기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작년 4월부터 시작돼 올해 2월, 8월, 11월 등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징은 반복주기가 짧아지면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지난 5년간 발생한 글로벌 과잉유동성으로 주택.원자재.주식 시장에 버블이 형성된 상황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라면서 "따라서 내년 상반까지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팀장은 "한국의 금융시장은 이미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으며 실물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최근 내수가 살아나면서 성장을 이끌기 시작했는데, 외부악재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재무그룹장은 "미국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가장 심한 시점인 내년 3-5월까지 불안정한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그 이후에는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이 사태가 한국경제에 가져오는 영향은 미국경기와 세계경기가 어느정도 타격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일각에서는 미국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는 전망도 하고 있으나 그렇게 심각한 파국으로 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증가는 조선업체 등 수출기업의 선물환매도 이외에 외국인 주식매도,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에 따른 환위험헤지 과정도 영향을 주고 있어 크게 우려할 현상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씨티그룹은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의 증가보다 단기외채의 증가 규모가 더 크며 이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와 해외투자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261억달러 순매도하면서 환위험 헤지를 위한 NDF(역외선물환) 매입포지션도 함께 청산함에 따라 단기외채는 늘었다.

또 해외투자에 따른 환위험 헤지를 위해 국내투자자들이 NDF를 매도하면서 외국환은행의 매입포지션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환위험 헤지를 위한 해외차입이 현물환 매도로 이어지면서 단기외채가 증가했다.

따라서 시티그룹은 "우리나라의 외채증가가 환위험 헤지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신흥시장국의 외채증가와는 성격이 달라 크게 우려할 현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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