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상호주의, 적십자운동 보편주의 필요성 역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 한완상(韓完相)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21일 "모든 분쟁은 적대적 상호주의로 인해 생기는 것인 만큼, 분쟁 해소를 위해서는 유연하고도 우호적인 상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 제16차 총회에 참석차 제네바를 방문 중인 한 총재는 이날 오후 숙소인 제네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 같이 말한 뒤, "특히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는 적십자 운동이 표방하는 보편주의와 초월주의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서영훈 전 한적 총재가 IFRC로부터 `헨리 데이비슨 메달'을 받았다.
▲ 이 메달은 1919년 IFRC를 창설했던 당시 미국 적십자사 총재인 헨리 데이비슨의 이름을 딴 것으로, 2005년 11월 한적 100주년 기념 IFRC 총회에서 첫 메달을 수여했다. 이번에 서 전 총재께서 2번째 메달 수상자가 됐다.
이는 청소년 적십자 운동을 비롯해 지난 50여년간 우리나라의 적십자 운동을 이끌어 오면서 두드러진 인도주의 활동을 벌여온 서 전 총재 개인의 업적과 아울러, 한적의 높아진 위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 이번 IFRC 총회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 기후변화 문제가 다뤄진다. 적십자 운동 입장에서는 기후변화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빈발하는 대규모 자연재해에 의한 이재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문제가 중요하다. 또한 급속히 진행되는 세계화의 와중에서 발생하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유엔 등과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다.
-- 이번 총회에 북측 대표단도 참석했다는데.
▲ 백영호 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어제 저녁 식사를 함께 했고, 총회장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종전과는 달리 서먹 서먹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지난 달에 남북정상회담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제약업체.병원장들 그룹과 함께 평양을 다녀오는 등 3번이나 북한을 다녀왔다. 그 때에도 북한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획기적으로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 왜 그렇게 됐다고 보는가.
▲ 남북 정상의 `10.4 정상회담 선언'의 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를 몇 달 앞두고 했던 합의이기는 하지만, 그 선언을 북측도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가장 큰 것은 북측이 미국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변화가 `실질적 변화'라고 보는 인식이 깊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지난 번 남북정상회담의 틀에서 한 데 녹으면서, 북측이 우리에 대한 의심에서 벗어나서, 우리와도 잘 지내고 미국과도 잘 지내고자 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우리에게 `민족과 동맹 중에 어느 쪽이냐'고 묻는 등 이분법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이제는 그런 태도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 12월 대통령선거 이후 야당이 집권할 경우 남북관계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우리나라의 보수 정치세력들의 특징은 미국의 견해를 무엇보다 존중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대북 지원을 할 때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 한반도에 절대로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북한이 스스로 중국이나 베트남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때 국제사회나 우리도 그런 변화를 지원하면 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 지원은 필요하고, 특히 인도주의적 지원은 정치적 논리를 초월하는 것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때문에'의 논리가 아니라, `..에도 불구하고'의 논리가 적용된다.
-- 한적 총재로 있으면서 특히 중요하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 모든 분쟁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적대적 상호주의로 인해 생기는 것인 만큼, 분쟁 해소를 위해서는 유연하고도 우호적인 상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적십자 운동은 이런 상호주의도 아니고, 그 것을 넘어선 일종의 초월주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상대방이 눈을 때리더라도 끌어 안겠다는 것이고, 적군이라도 부상을 당하면 치료해주고, 적국이라도 재난을 당하면 지원해주자는 것이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는 적십자 운동이 표방하는 보편주의와 초월주의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l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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