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 : 인플레-소비침체-정치불안 악순환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고유가 행진으로 수년째 고(高)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대해 최근 엇갈린 전망이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높은 물가 상승률과 함께 올 한해 격동 쳤던 세계 금융 시장의 여파가 뒤늦게 러시아를 강타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있는가 하면 유가 상승과 내수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인플레 압박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긍정론이 맞서고 있다.
◇비관론
지난 여름 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국민 52%가 인플레가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10월 조사에서는 무려 82%의 국민들이 `위험수준'이라고 답했다. 러시아 경제에 `황색불'이 켜진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연초에 가스, 전기세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내년 1월 물가상승률은 2000년 이래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세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인플레이션도 8.5% 정도에 이르고 연말까지는 소비자 물가도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인플레이션은 두 자릿수를 넘어 11%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지난달엔 10.8%를 기록했고 올해 1월부터 지난 17일까지 연율로는 9.7%였다.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낙농제품의 수입관세율을 일시 낮추고 일부 곡물에 수출관세를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개발.통산부 거시경제 담당인 안드레이 클레바치 국장은 "올해 물가 인플레가 11%를 넘어설 것"이라며 정부의 인플레 억제 정책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올해 초 우리는 8%대가 될 것으로 봤지만 현재 11%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인플레이션도 초기에는 6-7%를 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러시아 정부가 2010년까지 인플레이션을 5%까지 낮추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은행도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11%에 달하고 내년에는 러시아 정부 목표치인 7%를 초과해 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 수출로 오일머니가 대량 유입되면서 인플레 압박이 커지고 이에 정부는 늘 하던대로 에너지 가격 통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내수시장에선 만성적 에너지 공급부족 현상이 두드러지는 역설적 상황을 맞고 있으며, 이는 소비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통령 경제보좌관인 아카두 드브르코비치는 최근 회의에서 "경제 성장이 앞으로 2-3개월은 느려질 수 있으며 이미 지난달부터 그 속도가 줄었다"면서 "성장 둔화세는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요인도 향후 러시아 경제를 불투명하게 하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3선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음달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흔들리는 민심 수습을 위해 통화정책을 강화하는 등 러시아 경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유가와 외자 유입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지탱하고 있지만 내년엔 요동치는 세계 금융시장의 `낙진(落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IMF는 그러면서 올해 7%대로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내년에는 6.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루블화 강세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평가절상이 중앙은행 입장에선 인플레 우려에 대한 대책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형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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