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미완의 단일화냐, 단일화의 완성이냐.'
한나라당과의 `일대일 구도' 형성을 통한 대역전극을 위해 범여권의 지상과제로 꼽혀온 후보 단일화가 심리적 `데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후보 등록(25∼26일)을 일주일 앞두고 급속도로 얼개를 갖춰가고 있는 모습이다.
여전히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거리를 두고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지난 12일 당대당 합당과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한때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던 단일화 작업은 일단 첫 단추를 뀄다.
복잡한 셈법으로 심리전을 폈던 후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데는 무엇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에 따른 진보진영 내 위기감이 `발등의 불'이 됐다. 후보별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간 `이명박-이회창' 양자 구도가 고착화돼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일촉즉발의 위기의식이 작동한 셈.
후보등록 후에는 단일화를 위한 경선이나 TV토론이 선거법 위반인데다 5억원의 후보등록 기탁금 등 선거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 제약도 압박요인이 됐다.
정-이 후보간 합의는 호남 등 전통적 지지층의 재결집을 견인해내는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성과라는 평가이다. 양측은 오는 20일 전 TV 토론을 거친 뒤 23∼24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한다는 스케줄을 갖고 있다. 일단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정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또한 정동영-문국현-민노당 권영길 후보 3인이 지난 13일 회동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 발의에 합의하면서 반부패 전선을 고리로 한 연대도 물꼬를 텄다.
신당과 민주당은 단일화를 계기로 호남-충청의 서부 벨트를 복원, 일단 지지율 5∼8% 포인트를 끌어올린 뒤 내친김에 문 후보와의 2차 단일화로 연결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범여 지지층을 분점하고 있는 문 후보를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지역주의 회귀라는 `역풍'에 부딪혀 자칫 단일화 효과가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어 보인다.
문 후보와의 단일화 방안으로는 세력통합 보다는 97년 `DJP'(김대중+김종필) 방식과 유사한 연합정부, 공동정권 구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대선 막바지에 민노당으로까지 정책 연대를 확대한다는 시나리오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로드맵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당장 지분, 전대 시기 등 합당의 구체적 조건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 신당과 민주당이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한다면 1차 단일화마저 불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 경우 양당 모두 대선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셈이 되는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긴 하다.
문 후보와의 2차 단일화 전망은 더욱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정 후보측은 25일을 목표점으로 잡고 물밑협상을 한층 강화하고 있으나 문 후보측은 "무원칙한 단일화에 반대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
문 후보로선 섣불리 단일화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느니 선거법상 여론조사 공표가 허용되는 다음달 12일까지 뜸을 들이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일각에서 흘러 나온다. 지지율 추이에 따라선 끝까지 `마이웨이'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줄곧 외쳐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사회 원로, 신당 내부 등 문 후보를 향한 압박이 전방위로 거세지고 있는 형국인데다 문 후보측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막판 `U턴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문 후보까지 아우르는 단일화가 된다 하더라도 관건은 단일화 효과이다. 2002년에는 노무현-정몽준 후보 지지율을 합치면 당시 1위였던 이회창 후보를 앞섰지만 이번에는 3명을 다 합해도 이명박 후보에 못미치고 있다.
결국 대선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김경준의 입'이 얼마 만큼 대선판을 뒤흔드느냐에 따라 단일화의 파괴력 역시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 연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대선지형이 요동치면서 그만큼 단일화 효과가 탄력받을 여지도 커지지만 반대의 경우 단일화 자체가 국면을 바꿀 결정적 변수가 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인 셈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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