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의 청산이 재개될 기미를 보이면서 국내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910원대로 급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은 전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몰고갈 만큼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이 급격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당국도 미국발 신용경색 문제가 해소되기 전에는 일시적인 엔캐리 청산으로 시장이 출렁이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 엔캐리 정리 재개..원.달러 환율 910원대 복귀 =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2시25분 현재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3.50원 상승한 910.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현 수준으로 거래를 마치면 지난달 25일 이후 처음으로 910원대로 상승하게 된다.
지난달말 10년2개월여만에 장중 8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던 환율이 이날 강한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이 재개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반면 중국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이자율이 낮은 일본에서 엔화자금을 빌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미국 자산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엔캐리 거래 청산 움직임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일본이 아직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글로벌 주식시장 불안과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엔캐리 청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며 "이미 예측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엔캐리 청산의 강도 또한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은행권 "급격한 충격 없을 것" = 은행권은 아직까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움직임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설사 청산이 본격화된다 하더라도 국내에 미치는 충격이 직접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국내 주가지수가 폭락하고 있지만 이는 엔캐리 청산 이슈보다는 주말 뉴욕증시가 급락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엔화대출을 실수요자로 제한을 하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엔케리 청산으로 인한 혼란도 크지 않을 것이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당장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파급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설사 엔캐리 트레이트 청산이 본격화되더라도 자금시장에 영향을 주는 데에는 시차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면 글로벌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해외 차입 등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금리가 매우 낮은 편인 데다 단기간에 급히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엔캐리 거래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금융시장 내 위험 회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몇 달간 일시적인 엔캐리 정리 움직임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엔캐리 청산이 본격화됐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금융불안 장기화 대비..모니터링 강화 = 문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엔캐리 거래 청산과 맞물릴 경우 충격이 예상외로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따라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금융기관의 대응 여부를 수시 점검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엔캐리 청산이 본격화되면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하락 압력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경기침체가 달러화 약세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는 양방향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러한 점 때문에 시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은 내부에서 전체적인 대내외 변수를 총괄, 압력지수를 산출하면서 글로벌 시장과 변동성을 관찰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은 미세조정을 통해 급변동과 쏠림 현상을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도 지난 주말부터 국제금융시장 상황점검반을 실시간으로 운영하고 매일 오전 일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였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비상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짜고 금융기관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수립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세계적 금융회사들의 노출 정도를 시장에서 확실히 평가할 수 있을 때까지 이런 식의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 때까지는 현재와 같은 금융시장 단속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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